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후 Jun 04. 2024

직원 급여가 밀릴 위기에서 수입차부터 마련한 대표

투자금을 품위 유지에 쓰는 비상한 CEO를 보며

"대표님, 지금 당장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번 달 직원들 급여를 지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사 계좌에 남아있는 자금으로는 한 달 운영비도 겨우 버틸 수준입니다."


한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표에게 보고했다. 창업 후 겨우 연명하던 이 회사는 투자 유치 아니면 폐업이라는 기로에 놓여 있었다. 계획했던 매출 성장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잔고가 급감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신규 고객사 혹은 거래처 확보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러자 몇몇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밀린 거래처 대금, 축소된 마케팅 예산, 경영진의 굳은 표정...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이 상황을 눈치챈 경영진은 위기상황을 철저히 함구하기로 했다. CFO와 몇몇 임원들만 실상을 알 뿐, 대다수 직원들은 회사가 여전히 순항 중이라고 믿었다. 대표는 굳이 직원들을 동요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의 CFO는 필사적으로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그는 대학 동기부터 이전 직장 상사까지, 자신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 조금이라도 투자받을 만한 데가 없을까.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투자유치 생각뿐이었다. 휴일도 반납한 채 투자사를 찾아다녔고, 밤늦게까지 사업계획서를 수정했다. 마침내 그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한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회사는 간신히 급여를 지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금이 들어오자마자 대표의 행동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정적 위기에 처해 직원들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던 그는, 투자금이 입금되기가 무섭게 법인용 고급 수입차를 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자들이 아낌없이 내어준 소중한 자금을 대표의 사치와 허영심 충족에 사용하다니, 이는 상식을 벗어난 행태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대표의 이런 행동에는 복잡한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회사의 위기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투자 유치라는 쾌거를 이룬 후의 도취감, 그리고 억눌려왔던 욕구의 폭발적 분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표 개인의 심리에 지나지 않으며,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견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회사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반면 실패한 기업의 리더들에게서는 자만심이 강하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콜린스는 지적한다. 이는 리더의 자질과 가치관이 기업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짐 콜린스, ⓒGrowth Faculty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앞서 언급한 벤처기업 대표의 행동은 콜린스가 지적한 실패한 리더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투자금을 받자마자 개인적 사치품인 고가의 수입차를 리스하고, 기업의 성장과는 무관한 사업에 투자금을 쏟아붓는 등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그는 직원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로부터도 신뢰를 잃고 말았다. 결국 이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대표는 투자사에 의해 교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신이 직접 설립한 회사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후 전문경영인의 투입과 함께 회사는 점진적으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리더의 자질과 가치관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이런 리더의 부적절한 행동은 직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표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사치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목도한 직원들은, 자신들 역시 회사의 미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에 건전하지 못한 문화를 조성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의 리더는 자신의 행동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솔선수범하여 바람직한 가치관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투자금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며,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건강하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의 사치와 허영심은 조직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의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죠. 대표는 언제나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특히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의 조언이 가슴에 와닿는다. 성공한 기업의 대표들 역시 이에 동의를 표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라면 회사의 자금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성장을 위한 자금이지, 결코 개인의 호의호식을 위한 자금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업 대표들은 개인의 욕심보다 회사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일수록 대표의 결정과 행동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바람직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지, 대표 개인의 사치를 위해 자금을 낭비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표는 솔선수범하여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대표의 자세에 있다. 개인의 사치와 체면보다는 회사와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하고 헌신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대표라면 아무리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지혜롭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모범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의 이런 모습은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조직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건강한 기업문화가 조직에 뿌리내리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수많은 위기와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변함없이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는 대표가 있는 한, 그 회사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 대표들이 좁고도 험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진정성 있는 걸음이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전 중인 국가의 서점은 달라도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