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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Dec 10. 2024

순창 커피나무에서 완주 수소기술까지, 혁신기업들의 향연

전북 스타트업 9개사, 서울서 투자로드쇼 개최

1924년 워싱턴 포스트에 처음 등장한 '로드쇼(Roadshow)'라는 단어는 흥미로운 변천사를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 내전 당시 레온 트로츠키가 영화 상영관을 탑재한 기차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한 것이 최초의 로드쇼 중 하나였다. 1870년대부터 '거리 극장' 또는 '순회 공연'이란 의미로 사용되던 이 용어는 이후 영화계에서 신작 홍보를 위해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시사회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진행하는 투자설명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12월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로컬스티치 소공'에서 투자로드쇼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센터의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참여 기업을 포함한 10개의 유망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수도권의 주요 벤처캐피털, 엑셀러레이터, 보증기관에서 20여 명의 투자 심사역들이 참석했다.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첫날의 발표는 지역 농생명, 그린바이오 분야의 혁신성이 돋보였다. 가비트리는 순창에서 콜드브루 공장을 운영하며, 커피 원액 1% 이상을 함유한 커피 젤리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대표의 24년 배우 경험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2021년 와디즈에서 2천%의 펀딩을 달성했으며, 중국 충칭 GBC 입주와 함께 상해/충칭 구매계약 체결, 일본 신오쿠보 수출, 베트남 K마트 계약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순창군과 협력하여 크리스탈 마운틴 품종의 커피나무 재배 기술을 개발 중으로 대한민국이 커피 수입국이 아닌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글로벌 커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가비트리의 혁신적인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역 농업 기술과 식품 가공 산업을 결합한 이들의 시도는 우리나라 농식품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커피 생두 수입에만 의존하던 국내 커피 산업에 수직계열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비트리의 도전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가비트리 발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팀빠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배 중심의 스마트 농업 기술을 선보였다. RTI(광량 비례 온도제어)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하여 온실 온도를 최적화했으며, 현재 3천 평 규모의 토마토 농장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시타르에서 온실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2024년에는 새만금에 6천 평 규모의 온실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식량 안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팀파머의 스마트팜 기술은 단순한 농업 혁신을 넘어 식량 생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솔루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토모로우가 주목받았다. 외국인 등록증이 없는 외국인들의 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KYC 인증기업 클레이드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특허 4건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확인(DID) 기술을 활용한 본인인증 시스템으로 연간 20조 원 규모의 인바운드 외국인 소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팁스(TIPS)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관광 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토모로우의 기술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 소비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톡은 연간 10조 원 규모의 돼지 농가 시장을 겨냥한 혁신적인 투자 플랫폼을 선보였다. 농가의 자금난과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인트플로우사의 돼지 체형 분석 시스템과 구제역 모니터링 센서를 도입했다. 또한 실시간 관제 솔루션과 CCTV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제공한다. 특히 4.5% 이상 폐사 발생 시 농가 손해배상 제도와 등급 장려금 제도를 도입하여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했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호기금도 운영하고 있다.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스톡의 플랫폼은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스톡 발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주미당은 객관적인 고분자 화합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기반의 맞춤형 F&B 페어링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 장비로 음식의 정량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모델로 분석하여 최적의 페어링을 제공한다. 40개소의 파트너 양조장과 협력하여 OEM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내수 2위 럼 회사와 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에는 프랜차이즈 25개사 확보를 통해 286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F&B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미당의 과학적 접근법은 식음료 페어링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블루프로그는 오프라인 기반 라이프스타일 리워드 서비스 '소속(sosok)'을 통해 혁신적인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18만개, 해외 8천개의 가맹점을 확보했으며, 쿠팡 인천지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관광공사, 전국 140개 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있다. 특히 일본 기프트패드사와의 협력을 통해 1,100만 명의 일본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해외 관광객 대상 멤버십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 시장이 리워드 기반 마케팅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블루프로그의 크로스보더 멤버십 서비스는 국내 소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타몬드는 멀티 에이전트 기반의 AI 마케팅 인게이지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30만 회원의 포스트모스터 플랫폼을 통해 3,300만 건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16억 원의 데이터 가치평가를 받았다. 신한 퓨처스랩, IP창고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신한카드의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마트와 연계를 추진 중이다. 특히 100만 개의 시뮬레이션 환경을 복제하여 적은 리소스로 효율적인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 기술이 마케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는 현시점에서, 데이터몬드의 효율적인 AI 운영 기술은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 절감과 효과 극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데이터몬드 발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아헤스는 전북 창조혁신경제센터의 첫 번째 딥테크 팁스 선정 기업으로, 수소 경제 시대를 겨냥한 2.5메가와트급 대형 초고효율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을 개발했다. 1Nm³의 수소 생산당 4kW 수준의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했으며, 인도 국영기업 BHEL과 2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임박했다. GH2와는 5년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완주에 4,500평 규모의 신규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는 일진 하이솔루스를 1999년에 창업하여 2014년에 기업 매각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경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아헤스의 혁신적인 수전해 기술은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드림어스는 데이터 수집형 IoT 농기계 개발 기업이다. 군산대학교 기술지주 자회사로 선정되었으며, 딥러닝 기반의 농산물 선별 시스템이 특징이다. 기존의 색채선별기와 달리 딥러닝 방식을 도입하여 더 정확한 품질 검사가 가능하며,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서버에서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인도의 기업들과 협력하여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드림어스의 AI 기반 농기계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과 농산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J-curve 배치프로그램 2기,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이번 로드쇼는 전북 지역 스타트업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참여 기업 대부분이 이미 해외 시장에 진출했거나 구체적인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북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망한 스타트업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스타트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직접 어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양질의 매칭 기회가 지역 곳곳에서 더 자주 마련된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이번 시도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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