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부터 딥테크까지, 90명 vs 3명의 극과 극 투자 전쟁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5층 대강당은 투자 유치에 관심 있는 예비창업자들과 스타트업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투자 클라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5개 투자사가 한자리에서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냈다.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는 MYSC, 기후기술에 베팅하는 소풍벤처스, 공격적 성장을 추구하는 킹고스프링, 극도의 효율을 내세운 킹슬리벤처스, 그리고 딥테크의 강자를 자처하는 퓨처플레이까지. 각자 1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그들의 정체성과 전략, 그리고 고민까지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발표는 한국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압축적인 사례다. 임팩트, 기후, 테크, 효율성 등 각기 다른 키워드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투자사들의 모습은, 한국 VC 시장의 다양성과 동시에 그들이 마주한 도전 과제들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각 투자사의 뚜렷한 포지셔닝이다. 90명의 대규모 인력으로 임팩트를 추구하는 MYSC, 소수정예로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는 킹슬리벤처스, 대기업 네트워크를 무기로 한 퓨처플레이 등은 같은 시장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회환경 문제가 혁신의 원천입니다. 저희는 이런 분야의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MYSC의 이 선언은 현재 투자 업계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2024년 10월 기준 MYSC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911억 원의 AUM, 170개의 누적 투자기업, 424억 원의 투자 집행 실적, 2.2조 원의 포트폴리오 기업가치 등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90명이라는 대규모 인력 운영은 임팩트 투자사로서는 이례적이다.
MYSC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수도권 외 지역 32%(64개), 여성기업 14%(28개), 대학기업 5%(10개)라는 구성은 의도적인 포용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수익성 관점:
지역 투자의 실질적 회수 가능성
포용적 투자와 재무적 성과의 균형
Exit 사례의 부족
임팩트 관점:
임팩트의 실질적 측정과 검증
지역 혁신의 지속가능성
스케일업의 현실적 어려움
MYSC가 바라보는 임팩트 투자 유망기업의 기준도 명확했다.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첫째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둘째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었다. 특히 지역 기반의 혁신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는데,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역 인재 육성,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MYSC의 임팩트 투자 프레임워크도 인상적이었다. UN SDGs를 기반으로 한 임팩트 지표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특히 다음과 같은 기회를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파트너십 참여를 통한 혁신기업의 '역신진' 프로젝트 체계화
임팩트 관점의 역량 강화와 다른 세계와의 연결
사회문제를 혁신의 원천으로 재정의하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변화
임팩트 투자를 통한 제도적/정책적 투자자의 선례 만들기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임팩트 기업을 위한 인내자본 제공
특히 MYSC의 임팩트 프레임워크는 Input-Output-Outcome-Impact의 명확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ESG 통합과 IRIS+ 지표를 활용한 체계적인 임팩트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MYSC의 철학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몇 가지 근본적 질문이 남는다. 첫째, 포용적 투자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둘째, 대규모 조직 운영이 임팩트 투자사의 효과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셋째, 지역 혁신이라는 목표가 실제 스케일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MYSC가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임팩트 투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저희는 기후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환경 분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풍벤처스의 발표는 그들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2008년부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환경, 농식품, 순환경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술적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500억 규모의 AUM과 160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는 중견 투자사로서의 입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기술 중심 전략은 새로운 도전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와의 '엔하베스트' 프로그램이나 '임팩트 클라이밋' 프로그램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한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저희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창업팀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소풍벤처스의 이 한마디는 그들의 투자 철학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임팩트의 균형을 추구하며, 이는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투자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후테크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도, 농식품,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순환경제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두 번째로, 체계적인 성장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한 초기기업들을 발굴하고, 전문적인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실질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측정과 관리에 있어 체계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UN SDGs를 기반으로 한 임팩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인 임팩트 리포트 발간을 통해 투자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투자기업들의 임팩트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창출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임팩트입니다."
소풍벤처스의 기후기술 중심 전략은 시의적절해 보이나,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 기후기술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어떻게 빠르게 확보할 것인가. 둘째, 임팩트와 수익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셋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러한 도전 과제들의 해결이 향후 소풍벤처스의 성공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기후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소풍벤처스가 보여줄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트렌드를 쫓은 성급한 전환으로 기록될지는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올해는 허슬하게 가자는 모토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19년 설립된 킹고스프링의 이 한마디는 그들의 진취적인 기업 문화를 잘 보여준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2년부터 인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며 TIPS 운영사로 활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국과 베트남으로 거점을 확장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들어 "Hustle 원칙"을 내세우며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30건 이상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수행, 57개사 선정, TIPS 12개사(딥테크 TIPS 2개사 포함) 선정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5년 내 10배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찾습니다."
이들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ICT 플랫폼, 바이오 헬스케어, 소부장 분야를 중심으로 58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27개의 TIPS 기업을 선정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급속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킹고스프링은 'Discovery - Accelerating - Investment - Value-up'이라는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와 육성을 진행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투자 진행 후에는 지속적인 가치 향상을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엑셀러레이터가 표방하는 기본적인 구조다. 킹고스프링의 실질적 차별점은 이 프로세스의 실행 속도에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은 분명 킹고스프링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
급속한 성장세는 인상적이지만, 몇 가지 과제도 눈에 띈다. 첫째, 짧은 트랙레코드로 인한 검증 기간의 부족이다. 둘째, 공격적인 해외 확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빠른 양적 성장에 따른 포트폴리오 관리의 질적 문제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향후 킹고스프링의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들의 포부는, 앞으로의 더 큰 도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저희는 패밀리 오피스입니다. 영미권의 패밀리 오피스들은 대체로 보수적이지만, 저희는 다릅니다."
킹슬리벤처스의 이 한마디는 도전적이면서도 다소 의외였다. 패밀리 오피스의 본질은 결국 자산의 안정적 운용인데, 이들은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단 3명의 투자 인력으로 운영하되, 비상근 전문가들을 통해 전문성을 보완하는 구조는 흥미롭다. 작년과 재작년 각각 20건이 넘는 초기 투자를 진행했으며, 2023년에는 TIPS 5개를 받아 전원 선정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운영 방식이다. "순수 인력도 중요하지만, 일당백이라는 프로의식으로 365일 24시간 일하는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114개 기업에 350억 원의 투자를 완료했고, 포트폴리오사들의 기업가치 합산이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에는 VC 라이센스 취득을 준비 중이며, 200억 규모의 신규 펀드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킹슬리벤처스의 실험은 흥미롭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첫째, 극도로 효율적인 현재의 운영 모델이 규모가 커져도 지속 가능한가. 둘째,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운용이라는 본질적 책임과 공격적 투자 전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셋째, VC 라이센스 취득 후의 정체성과 운영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결국 킹슬리벤처스의 실험이 패밀리 오피스의 혁신적 모델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과도한 효율성 추구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지는 시간이 검증할 것이다.
"10년 내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퓨처플레이의 발표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11년의 역사 동안 251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90%가 넘는 생존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2,769억 원의 AUM을 확보하고 2.9배의 MOIC(Multiple)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압도적이었다.
물론 이 숫자들은 동시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한다. 90.6%라는 높은 생존율은 혁신적 투자보다는 보수적 접근을 의미할 수도 있다. 251개라는 포트폴리오 규모는 실질적인 밸류업 지원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2.9배의 MOIC 역시 업계 평균과의 비교가 필요한 수치다.
딥테크 분야에서의 강점은 분명해 보인다:
포트폴리오 구성:
Robotics/Mobility: 34.7%
Bio/Healthcare: 12.2%
Software/SaaS: 21.7%
Hardware/Material: 19.7%
그들의 성공 사례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BMW와 서울로보틱스의 협력 케이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2019년 당시 BMW가 한국에 와서 여러 투자사를 봤을 때, 우리는 이미 8개의 자율주행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4개 기업의 IPO 성공, 15개의 M&A 성사는 이들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구체적 증거다.
퓨처플레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대기업과의 협업 네트워크다. 이는 포트폴리오사들의 빠른 시장 검증과 레퍼런스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혁신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리고 이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51개에 달하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할지, 90%가 넘는 높은 생존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딥테크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구할 것인지도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퓨처플레이는 한국 딥테크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전문성 심화와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지가 이들의 다음 도전이 될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각 투자사만의 독특한 투자 프로세스였다. MYSC는 UN SDGs 연계성을 핵심 투자 기준으로 삼아,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의 조화를 추구했다. 소풍벤처스는 창업팀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강조하며, 특히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고 있었다. 킹고스프링의 경우, 배치 프로그램을 통한 체계적인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강점을 보였다. 킹슬리벤처스는 세이프 노트를 활용한 유연한 투자 방식으로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었으며, 퓨처플레이는 대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포트폴리오사의 시장 검증과 성장을 돕고 있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다섯 투자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내 투자 생태계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임팩트 투자, 기후기술, 빠른 성장, 운영 효율성, 딥테크 등 각 투자사는 저마다의 전문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문성은 스타트업들이 투자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각 투자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방향성과 가장 잘 맞는 투자사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앞으로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오늘 얻은 인사이트를 적극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인 투자 유치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