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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18. 2022

고민이 많은 창업가들을 위한 지침서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

2021년 창업진흥원의 외부 기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부터 7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걷는 스타트업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중 성장이 더딘 스타트업들의 창업가들과 대화를 하면 흔히 말하는 창업가의 치명적인 단점이나 리스크가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이전에 근무하던 기업에서 훌륭한 성과를 얻었고 소위 꽃길을 앞둔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많았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에 스타트업의 더딘 성장의 원인을 알 길이 없었다.


출처=창업진흥원


이번에 한 책을 접하며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특정한 결과가 도출된 이유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철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단일 원인의 오류(single cause fallacy)'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경쟁에서 패한 이유를 '부동층에서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스포츠 팀이 지난 시즌에 부진한 성적을 거둔 원인을 '스타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사실 그런 결과가 도출된 이유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Andrea Piacquadi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스타트업이 실패한 이유를 단순히 창업가 혹은 직원들에게서만 찾는 것은 단편적이고 전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스타트업에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다행히 이 도서를 쓴 저자 토머스 아이젠만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하는 연구 및 강연 덕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다양한 창업가들을 만나 개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기존의 창업 혹은 스타트업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이론적 모델, 계량 경제학적 분석, 대규모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등에 기반을 두었다면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는 사례 연구를 위한 세심한 조사와 철저한 개별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였다. 단순히 창업가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고 투자자들 역시 인터뷰해서 그들이 설립했거나 자금을 지원한 스타트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파악하였다.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 출처: Wikipedia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는 사업 중단에 대한 결정을 앞둔 많은 창업가와 상담을 했으며, 그들이 의사 결정을 내린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수없이 목격했다. 이러한 창업가들이 저자와 나눈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분노, 죄책감, 슬픔, 수치심, 후회 같은 원초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떤 창업가들은 실패라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깊은 좌절감에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꿈이 무너지고, 인간관계가 훼손되고, 자존감이 산산조각 나 버린 그들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창업가들이 회사의 실패로 인한 감정적·직업적 손실을 극복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는 책에서 창업가들이 실패에 어떻게 맞설지 다루는데 창업가들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그 통찰을 바탕으로 다음에 할 일을 설계하는 방법에 관한 지침을 제공한다.


Aneta Foubíková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이번에 비즈니스북스에서 도서 서평을 요청받았을 때 사실 망설였다. 기존의 많은 번역도서들이 오역 혹은 잘못된 의역으로 인해 내용이 잘못 전달되거나 어색한 표현을 종종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이란 책은 마치 애초에 한국인 작가가 글을 쓴 것처럼 매우 글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읽으면서 과연 원문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이게 맞을까라는 의심을 결단코 해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과 '뇌를 훔치는 사람들' 이후 가장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깊게 공감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이 책은 위기에 직면한 창업가 또는 성공을 확장시키고 싶은 창업가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유니콘을 꿈꾸는 모든 창업가들에게 필히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창업가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실패의 위험이 낮은 길을 찾아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출처=브런치 '조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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