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는 심심하기만 했어

by 노엘

이제 갓 교복을 벗고 새로운 생활을 할 무렵의 나는 세상 앞에 한 없이 작은 존재였다. 어른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크고 거칠어 보였고, 대학생이라는 신분도 왠지 한껏 멋을 부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영 불편한 테두리처럼 느껴졌다.


아래로 한 살 차이가 나던 여자친구는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그런 이유로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금세 헤어지게 됐다. 처음으로 좋아했던 여자아이는 아니었지만, 삶의 첫 여자친구였는 데도 이상할 정도로 슬프지 않았다. 이후의 모든 이별이 그랬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그랬던 것이다. 막막했던 삶의 벽 앞에서 서투르기만 했던 나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다. 현실을 피해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고, 우연한 계기에 친구의 30만 화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며칠인가 써보게 된 것을 계기로, 사진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주변의 것들을 닥치는 대로 찍고 다녔다. 길가에 보이는 꽃이며 들풀이며, 거울 속의 내 모습이나 하늘 같은 것들, 지금이야 상업 사진을 하면서 유명인이나 멋진 모델들과 함께 일을 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나를 둘러싼 풍광에만 귀를 기울였다.


해가 기울면서 빛나는 식물의 반짝임이 좋았고, 길게 늘어진 그림자와 사람들의 발소리가 좋았다. 저녁노을에 손을 뻗으면 선홍빛으로 빛나는 손 끝이 아름다웠고, 아스팔트가 식어가는 미지근한 기운과 저녁의 그리운 냄새는 겨우 스무 살의 나에게도 어떠한 온기와 안정을 주었다. 꿈도 없었고, 가진 것도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주변을 산책하듯 둘러보며 좋아했던 것들을 담아 오면서 조금은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차 사랑하는 것에 관해서, 내가 사랑을 하는 모습들을 프레임 안에 넣고 싶어 졌다. 그렇게 점점 사진 속에 사람들의 모습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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