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by 노엘

촬영 현장은 늘 분주하다, 여행지에서 홀로 풍경 사진을 찍고 있지 않는 이상 여유로운 촬영이라는 건 성립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스태프들이 모인 장소이기 때문에 시간은 곧 지출과 직결이 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집합하고(보통 그보다 몇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그날 촬영에 대해 간단히 논의해가며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첫 컷이 끊기는 순간, 촬영은 멈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첫 컷에서 우리가 그날 하고자 했던 방향의 사진이 모니터에 나와줘야 한다.(상업 사진의 경우 컴퓨터와 카메라를 연결해서 촬영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물론 아닐 경우도 있다. 아마도 이런 순간에 따라 경험의 차이가 현장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를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경험이 없다 보면 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 맞고 아님을 알 수 있냐고 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모니터를 보는 스태프들의 반응이다. 사진이 좋으면 사람들은 즉각 반응한다. 때때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아니라면? 말이 없다. 조용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표정들이 스친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는 곧 지금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모니터에 둥둥 떠 있으니까.


사진이란 게 기묘하게도 비슷한 세팅을 해도 그날 현장의 상황과 모델의 컨디션, 스타일링에 따라 몹시 맞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아무리 좋은 테크닉과 조명이라도 결국 그게 그 사람에게 맞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게 어긋날 때가 있는 법이다. 아마도 이제 막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제대로 감을 잡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나마 촬영 시간이 길 때는 어느 정도 수정의 여지가 있지만, 몇 십분 단위로 아주 짧게 진행해야 하는 해외 매체 촬영의 경우는 정말 답이 없다. 몇십 초 내에 수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면 그대로 달릴 수밖에 없다. 속에선 '오늘이 내 사진 인생의 마지막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망했다. 끝이다. 이제 접어야 하는 날이 왔다.' 아무튼 세상 모든 부정적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뒤집어 놓지만, 겉으로 티를 내어선 안 된다. 마치 이 지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모두 작가의 의도인 것처럼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엉엉.


그리고는 스튜디오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절망과 동시에 후반에서(소프트웨어적 수정) 어떻게 살릴지 가지고 있는 온갖 방법을 써가며 연구한다. 잘 될 때도 있는데 역시나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진들은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서 한참이 지난 뒤에도 다시 작업해 보곤 한다.


하지만 촬영 현장은 즐겁다. 손발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상당히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위에 언급한 잘 안 되는 경우는 결국 포토그래퍼 역량의 문제로, 나만 잘하면 항상 행복한 촬영장이 된다.


열 시간이 넘게, 혹은 밤샘 촬영을 하고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환호를 지르기도 한다. 이는 끝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 기쁨 같은 것들이 뒤섞인 환호이다. 나에게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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