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9월

조각모음

by 노엘

밤이 깊어지면서 빗소리가 거세졌다. 북상하고 있는 9호 태풍의 영향권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8월을 보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촬영과 후반 작업에 쏟았고, 그렇게 9월이 찾아왔다. 여전히 초반까지는 이어지는 일들로 분주하게 지내다 조금 틈이 난 사이로 한참 동안 잠을 몰아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잠들었고, 중간에 일어나 점심을 먹고 다시 두 차례 잠을 자고 일어나니 폭풍전야의 밤이었다.


조금은 정신이 맑아졌다. 사흘 전 촬영장에선 잠이 쏟아져서 고통스러웠다. 정확히 말하면 졸리다기보다는 무기력을 온몸에 두른 커다란 코끼리 같았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말하는 것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머릿속에 들어가 타인의 몸처럼 조종하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꽤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퓨즈가 끊어진 전구처럼 한참 동안 잠들었다.


요즘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곤 한다. 하물며 대화 도중에 재채기나 기침하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평생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팬데믹은, 생활은 물론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너무나 거대한 불행이다.


늘 평화로운 시대가 오길 바랐지만, 사실은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보고 싶다.라고 마음껏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아니, 여전히 망설이기만 하다 거짓말처럼 다시 찾아오는 9월에 슬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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