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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Kim Sep 28. 2016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일본 드라마 <한계취락 주식회사>

<한계취락 주식회사> 공식 포스터

한계취락 주식회사(2015)

주연: 소리마치 타카시(反町隆史), 타니하라 쇼스케(谷原章介), 마츠오카 마유(松岡茉優)

장르: 사회물

편성: NHK

편수: 5부작


 한계취락(限界集落)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노령화가 심각하고 생산 가능한 인력들이 유출되어 점점 과소화 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마을 자체가 소멸의 위기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이 문제는 경제성장과정에서 많은 인력들이 도시로 유출되었고, 게다가 출산율까지 낮아지면서 한국에도 농촌의 과소화는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일본은 더 심각해서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의 변두리 지역까지 이러한 한계취락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계취락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은 농촌지역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그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등의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러한 것은 결국 도농간의 계층화, 소득의 차별 등이 이루어져서 결국 농촌은 소멸의 단계를 밟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많은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안을 내어놓은 곳은 없다. 한국의 경우에는 농촌지역에 농공단지나 공업단지를 조성하여 안 쓰는 땅을 공업지대로 매입하여 공장을 세우게 하지만 이러한 것은 농촌지역을 도시화시키는 하나의 일환일 뿐, 정말로 1차 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모습에서 <한계취락 주식회사>는 이러한 농촌의 해체 문제를 진단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미호는 도시에서 가장 어린 청년이고 농촌을 벗어나기 위해서 열심히 면접을 본다.

 오오우치 미호(마츠오카 마유)는 도쿄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6시간이 떨어진 토마리 마을에서 살고 있다. 거기에서 낳고 자란 고향이지만 13년 전 아버지인 마사토(소리마치 타카시)가 도쿄로 떠나고 난 다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쓰면서 양배추를 키우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미호 역시 그 할머니, 할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려고 한다. 미호는 타키가와(타니하라 쇼스케)가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비서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면접을 보지만 시골 출신, 지방대 유아교육과 출신인 미호가 머물 곳은 없었다. 타키가와가 토마리 마을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할아버지가 그곳에 살았다며 친근함을 표시하며 달리하고 싶은 일이 없느냐 묻자 "지방에 살면 하고 싶은 일보다 될 일을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냉랭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사토는 13년 전 딸과 가족을 두고 도쿄로 나와 택시 운전을 하지만 도시에서는 잘 하는 일이 없다.

 미호의 아버지인 마사토는 13년 전 고향인 토마리 마을을 떠나 도쿄에서 택시 운전수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농업을 좋아했고 유기농법도 마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건강한 야채의 수확보다 예쁜 농작물 그리고 많은 수확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과는 잘 맞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농협과의 마찰로 시골을 떠나 도쿄로 떠나게 되었다. 미호의 할아버지는 마사토가 떠나고 난 땅에서 혼자 열심히 농작물을 키웠지만 이제는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뒤늦게 찾아온 마사토는 자신이 일구고 아버지가 남긴 밭과 농기구를 보며 생각에 빠지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인해서 다시 도쿄로 떠나게 된다. 미호는 며칠 뒤 다시 마사토를 찾아와 자신이 할아버지의 밭을 일구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몰락한 타키가와는 자신의 피난처로 할아버지가 살았던 토마리 마을에 오게 되고 이곳에서 자신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농업을 선택한다.

 결국 할아버지의 유기농 농업을 잇게 된 미호는 할아버지가 일구던 양배추의 규모에 놀라며 양배추를 키우기 시작했지만, 엄청난 규모에 힘겨워한다. 그 와중에 경영컨설턴트 비서 면접에서 봤던 타키가와가 할아버지의 고향이었던 토마리 마을로 오게 된다.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몰락한 그는 결국 피할 곳이 없어 할아버지의 집으로 숨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비록 빚으로 인하여 들어오게 된 시골이지만 경영컨설턴트적 감각을 살리며 수확한 작물에 대한 유통의 중요성을 미호에게 말해준다. 또한 마사토도 미호의 결심에 감명을 받아 시골로 돌아온다.


마사토가 돌아오자마자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아버지가 키웠던 양배추를 갈아엎는 이른바 '생산조정'이다.

 마사토는 미호와 어머니 그리고 이웃 어른들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것과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을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돌아오자 하게 될 일은 양배추를 갈아엎는 '생산조정'이었다. 양배추가 풍년이 들어 수확하여 파는 것이 비료로 만들어버리는 것보다 더욱 적자가 나기 때문에 적자를 줄이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키워온 작물을 엎어버리는 것이다. 마사토가 생산조정을 하려고 하자 미호가 '할아버지의 양배추'라고 하면서 생산조정을 막았고 지나가던 타키가와가 '어차피 엎을 밭이면 내가 팔아 보이겠다.'라고 하면서 양배추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


타키가와는 마사토가 반쯤 포기하고 있던 밭에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열어 주목을 받게 된다.

 마사토는 유기농은 생산력이 불안정하다고 하는 말에 밭에 농약을 칠 결심을 한다. 자신이 시작하고 아버지가 이어왔던 밭이지만 현실적으로 유기농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약을 치려고 할 찰나에 타키가와는 인접 도시에서 초등학생들을 끌어온다. 직접 야채를 수확하고 맛보며 체험하는 이른바 체험학습을 유치한 것이다. 마을의 주목을 끌었지만 외부인에 대한 경계, 경영에 대한 불신 등으로 타키가와에 대한 시각을 그리 좋지 못하다. 마을 어른들을 모아 자신들이 재배한 채소를 제값을 쳐서 팔 수 있는 직매소를 만들고 나중에는 토마리 마을의 회사화를 노린다는 설명회를 개최하지만 신뢰받지 못한다. 한 달에 300만 엔의 수입을 보여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 타키가와는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습들을 역으로 이용하여 직매소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직매소에 상품가치가 없는 야채들을 내놓지만 색다른 판매 계책과 가족단위와 은퇴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을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마을에 돌아온 것은 소득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간의 신뢰가 복원되고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마을의 활기가 가득 찬 모습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결국 타키가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토마리 마을의 관광농원화를 찬성하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타키가와가 사라졌고, 홍보의 효과도 떨어져 직매소는 다시 파리가 날리는 신세로 돌아갔다. 하지만 타키가와는 자신의 빚을 갚고 토마리 마을의 회사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잠시 떠났던 것이다. 돌아온 타키가와는 미호를 토마리 관광농원의 대표이사로, 마사토로 생산 책임자로 선임하였다. 또한 마사토만 하고 있던 유기농업을 마을 전체로 확대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마을 주민들이 다시 반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을 주민들의 경쟁의식을 불러일으켜 생산물의 품질을 높이려는 계책이었으며, 이 계책은 상당히 주효하게 된다. 


결국 마을주민들은 토마리 관광농업을 세우지만 자연재해라는 또다른 고난에 봉착한다.

 마을 사람들이 단합하여 세운 토마리 관광농원은 세간의 주목을 다시 끌게 되었지만 폭우로 인해서 거의 모든 작물이 망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 실의와 걱정에만 빠져있던 마을 주민들은 이전의 모습들을 버리고 얼마 안 되는 작물들을 직매소에 가져다주고, 다시 복구에 힘쓰게 되어 다시 관광농원은 정상적인 활기를 찾게 된다. 그러나 토마리 관광농원에는 다른 한 가지의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대표적인 상품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기농이 좋고 체험할 수 있는 형태는 매우 좋은 시도였지만 사업을 이끌어나가려면 대표적인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을의 홍보를 위해서 불러온 매스컴에서 노란 옥수수가 서양에서 들어오기 이전에 많이 자랐다는 모치키비 옥수수가 주목을 끌게 되었고 모치키비 옥수수가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모치키비 옥수수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마을은 모치키비 옥수수 재배를 주력으로 삼지만 이것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모치키비 옥수수에 대한 향수와 타키가와의 열심한 홍보와 경영전략 등으로 더욱 인기를 끌게 된 모치키비 옥수수는 많은 수익을 가지고 왔고 전국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오히려 마을 사람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유기농으로 하는 만큼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주문량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농민들은 체력적, 정신적인 부담을 힘겹게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마을 주민의 실수는 사람들의 토마리 마을에 대한 신용과 마을 사람들 간의 단합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한 위기에서 타키가와는 실수한 마을 주민을 쳐내는 문제로 해결하려 하지만, 미호는 사람을 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기를 넘는다. 


결국 중요한건 "사람"

 결국 이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것은 한계취락의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문제는 많은 수익도 아닌 결국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해도 보람이 없는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도시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생산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지만 한계취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마사토가 유기농 농업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던 차에 받았던 3명의 젊은 농업 연수생들은 각기 잘하는 재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꿈을 포기했고 결국 토마리 마을까지 들어온, 우리가 생각하는 '패배자'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들은 땅을 일구고 그들이 일군 야채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마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용기를 갖게 된다.  나중에 마사토가 마을의 위기에서 이들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연수생 생활을 강제적으로 종료시켰을 때도 이곳에서 남게 해달라며 정중하게 요청하는 모습은 결국 토마리 마을의 소득은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더 나아가 농장의 확장과 소득의 증대만 노리던 타키가와의 변화와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마리 마을에 돌아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농어촌마을 과소화에 대하여 교과서적인 지식밖에 갖지 못하고 있다. 도시에서만 살아와 자연보다는 아스팔트가 더 친숙한 나 역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머리와 지식으로 습득을 하고 있지만 실상 어떤 모습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하였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퇴직하면 한가하게 농사나 짓지 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간 사람들은 땅과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자연을 상대하는 농업, 어업 등과 같은 1차 산업은 결국 내가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들과 같이 협력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에 기반한 정책을 짜고 사람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결국 한계취락을 해소시키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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