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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엽 Jul 20. 2020

자본의 욕망이 흐르는 강

책과 사진 사이 2 사대강

오늘도 금강변에는 ‘럭셔리’한 고층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풍치가 좋으니 세종시 입주민에게 고가에 공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발전이고 경제가 부흥하는 것이라 강변하는 이들에게 “제발 공사 좀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소외와 눈물도 모르는 ‘타지 것’들이 남의 강에 와서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이야기 사실 너무 많이 들었다. 주먹질도 당해봤다.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이명박 정권과 그들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관료의 말을 100% 믿지 말고 함께 고민해 보시길 원했다. 고향의 물길을 한강처럼 바꿔놓고 보(댐) 옆에 수변공원을 화려하게 꾸며 놓으면 누가 찾겠는가? 낙동강이 한강이 되고, 영산강이 한강이 되고, 금강이 한강이 되었는데 말이다. 


우리 땅을 찍었다. 주변에서 하도 해외 돌아다니지 말고 우리 사진도 찍으라는 압력에 굴복해 그리했다. 사실 전까지 발표한 사진들이 그러하니 “나도 우리 주변을 찍고 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2008년 말부터 우리 땅을 찍고 있다. 하지만 그 땅이 아름답기보다는 아픈 땅이다. 재개발로 무너져가는 도시민의 땅, 분단으로 소외된 고라니들의 땅, 그리고 자본의 욕망으로 파괴되어가는 우리 땅과 강의 풍경들이다. 


카메라를 들고 강변을 어슬렁거렸다. 강바람에 실려 오는 중장비들의 디젤유 냄새 때문일까? 살풍경하고 어지럽다. 사실 풍경사진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 마흔 중반에야 알았다. 전에는 그리도 사람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만있는 풍경이 더 어렵게 다가온다. 풍경은 그저 저기 있는데 찍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하루 동안에도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풍경은 수시로 변화한다. 그저 한순간을 찍어내기에 내 능력과 마음이 모자라는 것을 느낀다. 


4대강은 그냥 풍경이 아니다. 그저 아름답지도 그저 추하지도 않다. 사진을 찍기에 따라 공사장 풍경마저 아름답다는 오해 받기 십상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풍경의 특징이다. 나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순을 드러내야 했다. 그 모순 중에 중요한 모순은 개발이다. 끊임없이 지구를 착취해야하는 인간이 어디까지 개발을 해야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추어진 주요 모순은 자본이다. 자연을 핑계 삼아 32조를 퍼붓고도 20조를 또 요청하는 속셈은 부의 편중된 이전이다.


<사진, 강을 기억하다> (성남훈, 노순택, 이갑철, 김흥구, 이상엽, 조우혜, 최항영, 최형락, 한금선, 강제욱 저, 아카이브, 2011.03.10. 페이지 286, 판형 B5, 188*257mm)

이 책은 2010년 한 해 동안 10명의 사진가가 프레시안과 함께 기획하고 취재한 사진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풀과 벌레들이 점점 멸종되어가고 있는 지금, 자연의 아픔을 감지한 작가들은 그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말 못하는 그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를 넘어 우리가 잊고 있는 자연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송기역 글, 이상엽 사진, 레디앙, 2011.03.30. 페이지 331, 판형 규격외 변형)

르포를 쓰는 시인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2010년 4월부터 반년여에 걸쳐 4대강 파괴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담은 처절하지만 지극히 아름다운 기록물이다. 치열한 현장의 이야기들과 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분노와 싸움으로서 얻게 된 깨달음의 목소리들이 매우 침착한 문체와 설명이 필요 없는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두 권의 책에 모두 참여했다. 위 사진집은 아름다운 양장과 좋은 종이, 질 높은 인쇄를 갖고 있지만 나의 4대강이 온존히 기록된 것은 페이퍼백에 재생지를 사용해 인쇄가 그저 그런 아래 책이다. 전부터 꿈꾸던 작업이 <자 우리 유명인을 찬양하자>의 워커 에반스와 작가 제임스 에이지이거나, <미국인들>의 로버트 프랑크와 시인 잭 케루악이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록 사진가에게 소망이 있다면 당대가 아닌 먼 훗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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