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5살에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모든 직장인이 한 번 쯤 생각하는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충동이 되고 결정이 되어 가진 것 없이 시작했다. 해외로 떠나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 아예 해외로 이민을 갈 생각으로 관련한 교육이나 워크숍도 부지런히 다녔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무작정 공예를 배우기 시작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틈틈히 하며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반 년 뒤 나는 해외로 떠나 목수가 되는 대신 한국에서 가죽공예가가 되었다. 정부지원사업을 받아 청년 창업가가 되었다. 1년차에는 천안에서 지하상가에 공방을 차리고 운영하다가, 2년차인 오늘은 서울에 작업실을 꾸려 운영중이다.
지하상가에서 시작한 청년창업
공방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자본이 없고, 지역에서 핸드메이드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기술이 없는 내가 시작하기 가장 만만했다. 글을 쓰고 그리기 좋아했었기 때문에 손 재주가 있겠거니 막연하게 믿고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공방을 차려놓으니 손재주는 없었고 사업계획서를 써내는 글재주를 더 잘 써먹었다.
손재주가 없어도 매일 밥만 먹고 하루종일 만들다보면 기술이 늘 수 밖에 없다. 매일 자료를 찾아보며 밤낮으로 서류를 쓰거나 만들기만 했다. 마켓에 참여할 때는 테이블을 채울 제품을 만든다고 공방에서 먹고 자며 3일씩 집에 못들어 갔다.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열정도 열정이지만 나는 공방 일을 하지 않으면 그냥 백수였다. 벌려놓은 지원 사업도 꾸준하게 운영해서 마무리 해야했다.
지원사업으로 만든 심야공방 DIY키트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행이었다. 매일매일 직접 할 일을 만들어내고, 기획하고, 실행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서툴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 정부 지원사업에 만든 심야공방 DIY키트의 경우, 4명의 공예 작가들과 함께 총 5가지 키트를 만들어 펀딩을 했다. 민망할 정도로 서툴고 약속한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했다. 다들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해주었지만 여전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스튜디오 촬영은 처음이었다
스물다섯, 너무 어리고 용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도와주었고 응원해주었다. 부모님도 어차피 할 거 어릴때 해야된다며 마지못해 허락해주셨다. 지금도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셔서 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처럼 어렵고 즐겁게 청년으로, 창업자로, 공예가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하게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너그럽게 지지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테고, 그래도 꾸준하게 노력하려고 하니까. 기특하게 여겨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