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려면 도움 요청하는 요령을 배워야 한다.
창업 후 가장 깨우치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법이다. 뭐든지 경험이 될테니 수익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여서 노하우가 생기면 돈은 자연히 벌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사업은 점점 어렵기만하고 배울 것은 태산인데 시간은 없었다. 준비가 부족했다고 절실하고 뼈저리게 느꼈다.
부모님께 결국은 상담을 요청했다. 도와달라는 말이 왜 그렇게 어렵던지. 심지어 돈을 달라고 요청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은 과일도매 사업을 하고 계셨고 내 또래에 이미 창업을 하고 사업으로 일구고 계셨다. 사업의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누구보다 나를 위해 조언해 줄 사람. 부모님 말고 더 있었을까.
부모님은 내 도움 요청에 조언을 주실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지원도 해주셨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꾸준히 도와주고 계신다. 얼마나 어려운지, 지금 얼마나 부족한지 가장 잘 알고 계실텐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식을 존중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몇 달 전 브런치를 통해 청년 창업가로 서울 신문에 기사가 났다. 취재해주시고 열심히 기사를 써주신 김혜균 기자님께 감사드린다. 작은 기사지만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돈 되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흔들렸다.
꾸준하게 노력하고 배우라는 부모님의 조언은 언제나 달콤쌉싸름하다. 직접 경험해본 것만 믿으라는 조언은 뿌리를 단단하게 내려 좋은 경험으로 소화되고 있다. 까다로운 주문이 들어오면 거저 벌리는 것은 없다며 기술에 투자하라는 말씀이 뼈 아프게 닿는다. 사업을 주제로 두면 세대차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같은 오늘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부모님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주변 대표님이나 친구,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매일 새로 배우고 매일 힘을 얻는다. 나는 게으르고 방만한 공상가였는데, 지금은 가죽공예가가 되었다. 적어도 오늘은 그렇게 살고 있다. 떵떵거리며 자랑할 만큼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사업을 유지하고 꾸리고는 있다.
창업은 버티기다. 바닥에 마치 내려놓을 수 없는 길고 무거운 판자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함께 들면 덜 무겁고 덜 무섭다. 함께 버텨주고 응원해줄 도움이 언제나 절실하다. 절실한 사람은 언제나 도움을 구하는 법을 깨우친다. 도움을 구할 때는 모든 걸 내려놓는 기분이지만, 사실은 더 많은 것을 끌어안을 힘을 얻는 일이다.
가끔은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도움이 필요한 모자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존심 따위는 다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하기 뼈가 아프다. 하지만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일단 경험하면 안다.
아마도 도움을 구하는 일은 비단 창업가에게만 중요한 과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 사업을 두고 잘난체 하지 않고 겸손하기란 참 힘들다. 나는 작아도 내 사업은 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까?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니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조언을 잘 듣는(팔랑귀를 말하는 건 아니라) 사람이 성공한다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