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공방을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직접 만든 가죽 제품을 판매하려고 할 때 가장 고민되는게 뭘까? 바로 제품의 가격이다. 제품 가격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필자는 가장 기본적인 계산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여기서 생각해 두어야 할 건 제품을 판매할 때 어떤 목표를 가지고 판매하느냐다. 미끼 상품으로 저렴하게 판매할지, 박리다매를 할지, 고품질의 제품을 고가에 판매할지. 이 점은 마케팅으로 접근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아래의 계산을 한 번은 해봐야 한다.
재료비 + 인건비 + 판매 수수료 + 세금 = 제품 가격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계산식이다. 만약 계산해서 나온 제품 가격보다 판매 가격이 더 저렴하다면 그 제품은 수익을 내고 있는게 아니다. 제품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없다면 손해를 볼 수 있다. 그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끼 상품의 경우 제품 가격보다 저렴하게 책정 할 수 있겠지만, 막연하게 아무 의도 없이 경쟁사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1) 재료비
가죽은 소재 자체가 고가다. 인조가죽이나 가공가죽(PU가죽이나 크롬 가죽 등)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베지터블 가죽이나 크롬 가죽 중에서도 고급 가죽은 비싸다. 원지를 사와서 제품에 필요한 사이즈에 맞춰 재단하다보면 사용하기 어려운 흉터나 불도장 자국이 있는 부분을 버려야 한다. 게다가 사이즈에 맞지 않는 작은 자투리 가죽의 경우도 사용이 안되고, 봉제를 잘못했다고 뜯어내고 다시 봉제할 수도 없다. 당연히 소재 자체의 로스율이 높을 수밖에.
재단 미스시 로스율이 높은 스트랩 재단
가죽 제품의 가격을 정할 때는 당연히 이 로스율이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품의 경우, 1평(일반적으로 30*30cm)에 100원이라고 하자. 로스율은 재단 난이도나 디자인에 따라 50~100%로 잡았다. 그럼 계산해 볼까.
사용 평 수*평 당 가격(1평*100원) + 사용 평수*평 당 가격*로스율(1평*100원*50~100%)
= (가죽 재료비)150~200원
이렇게 로스율을 반영해서 가죽 재료비에 반영해야 한다. 디자인의 복잡도나 공정의 복잡도에 따라, 또는 가죽의 특성에 따라 로스율이 높은 제품이 있다. 샘플링을 하면서 이 로스율을 책정해보고 로스율에 따라 제품의 가죽 가격을 계산해보자. 벌써부터 제품에 비해 너무 비싸다면, 그 제품은 팔면 팔수록 손해다.
부자재의 가격과 로스율도 계산해 더해야 한다. 간혹 부자재도 불량이 나거나 스크래치나 파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재고를 가지고 as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참, 잊지 말고 포장에 필요한 박스나 리본, 제품 태그, 완충재의 값도 재료비에 포함하자. 만약 온라인 발송 시 사은품을 보낸다면 사은품의 재료비도 포함해야한다. 제품의 제작과 발송, 재고 부담, AS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고려해 재료비를 책정해야 한다.
2) 인건비
인건비를 계산할 때 보통 1시간에 만원 ~ 1만5천원 단위로 계산을 한다. 제품 제작시에 3시간이 소요된다면 3만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핸드메이드 공예품은 의외로 이 인건비가 가장 계산하기 까다롭다. 어떻게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인건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이 팔수록 이득인 제품이 있다. 키링 1개를 만드는데 1시간, 20개를 만드는데 4시간이 걸린다고 하자. 이런 경우 인건비를 어떻게 계산할지가 고민스럽다. 예시를 든 이 키링의 경우 많이 판매될수록 좋은 제품이다. 인건비를 조금 낮게 책정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촉진하는게 좋다. 또한 하나씩 만들어 팔기보다 한 번에 20개를 만들어 두는게 나을 수도 있다. (제품이 팔리지 않을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 인건비가 개당 500원(4시간*1만원/20개)라고 계산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계산할 때는 재료비를 재고로 남을 제품의 재료비까지 생각해야 한다.
공정 과정에 따라 인건비는 차이가 크다
반면, 많이 팔수록 이득인 제품이 있다면 많이 팔수록 손해인 제품도 있다. 1개를 만드는데 이틀, 100개를 만들면 2달 내내 그 제품만 만들어도 촉박하다면? 인건비를 높게 잡거나 외주를 통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 경우, 외주 비용을 인건비로 잡고 본인의 인건비로 계산해야 한다.
또한 제작자인 본인이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이나 제작에 필요한 노동의 강도에 따른 휴식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반영해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오더메이드로 할지, 재고 판매를 할지 미리 계산을 해보며 결정을 해도 좋다. 오더메이드라면 인건비가 많이 책정될 것이고, 재고 판매라면 재고에 소요될 재료비를 계산해봐야겠다. 제품별로 계산해보고 판매 방식을 결정하면 최소한의 재료와 인건비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3) 판매 수수료
창업을 이제 막 했는데 공방에서 매장 판매만 하겠다거나, 자체 온라인 샾에서만 판매하겠다는 공방장은 별로 없다. 보통 온라인 판매를 한다면 네이버 스토어 판매는 기본이다. 판매 수수료가 7퍼센트, 결제 수수료가 3펀센트 정도. 그러면 판매 수수료만 10퍼센트다. 당연히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제품 가격에 판매 수수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플랫폼만 돈을 버는거다.
플랫폼마다 수수료는 다르지만 많게는 25~30%까지 떼기도 한다. 그렇다고 플랫폼마다 제품 가격을 다 다르게 정하면 곤란해지기 일쑤다. 보통 플랫폼 규정 중에는 제품 가격을 시장 가격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책정해 판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면 패널티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가장 높은 수수료를 기준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게 안전하다.
무시무시한 아이디어스 수수료...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독립적인 채널(SNS, 자체 홈페이지 등)을 꾸준히 성장 시키는 것이다. 수수료 부담만 줄여도 제품 가격 책정에 부담이 덜하다. 항상 자체 채널에 꾸준하게 투자하자. 물론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더라도 수수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결재 수수료 3% 정도는 항상 염두에 두자.
4) 세금
부가가치세 10%, 잊지말고 꼭 포함하자. 간이 사업자더라도 일반 사업자로 전환될 수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다. 매출이 7~8천만원 이상이면 보통 다음해 일반 사업자로 변경된다. 매출이 올라 행복한 와중에 부가가치세 10% 때문에 제품 가격을 전부 인상해야 한다면 매우 곤란할 것이다. 항상 미리 준비하는게 이롭다.
매출이 크면 클수록 세금 부담이 커진다. 제품 판매에 욕심이 있다면 세금도 제품 가격에 꼭 반영해서 열심히 일해 가난해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많이 판다고 부자가 되는게 아니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상당히 장황한 잔소리가 되었다. 가죽공방 뿐만 아니라 다른 공예를 하는 공예 창업가나, 예비 공예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모든 제품에 맞는 계산방법은 아니지만 사용해보면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는 기본적인 계산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