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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Sep 14. 2017

인간에게서 자유로워질 것

인생의 목표

# 답게

나는 '~답게'라는 말이 굉장히 싫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어린애답게, 학생답게,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누군가가 제멋대로 규정지어놓은 것을 나 보고는 따르라고 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구속에서 어느 정도는 내 맘대로 벗어나 보고 싶었다. 사실 그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결국 남들이 하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하나 둘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다. 왜 길을 걸을 때 좌측통행을 해야 하는지도 스물셋에서야 알았다.


# 인간

신기하게도 생명체는 번식할 수 있는 그룹이 한정돼 있다. 그래서 그걸로 무리를 나눌 수 있는데, 그 단위를 '종'이라고 했다. 개와 늑대는 '회색늑대'라는 같은 종이다. 아무튼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다고 한다. 무리 속의 시끄러운 존재들은 인간다움을 제멋대로 정의해 놓고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수도 없이 지저귄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꿈은 정 반대이다.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내 멋대로 살고 싶다.


# 윤리

인간은 윤리라는 걸 만들어서 제멋대로 어떤 생명체는 죽이고 어떤 생명체는 살릴지조차 (대체로 외모로 결정하는 것 같다.) 멋대로 정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이 종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윤리라는 놈은 딱히 과학적이지도 않고, 통일된 것도 아니어서 이걸 가지고 엇갈려 싸우는 일이 허다하다.


# 자아

아무튼 지금 숨을 쉬면서 타자를 치고 있다. 적어도 이 몸뚱아리 정도는 내 맘대로 하고 싶다. 근데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과연 나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맘대로 할 수 있을까? 일단 숨을 쉬는 것은 맘대로 되는 것 같다. 들이쉬고 내쉬고 잠깐 참았다가 다시 들이쉬고. 심지어 이건 신기하게도 신경을 끄고 내버려두면 또 알아서 되기도 한다.


# 권한

하지만 심장 뛰는 것은 내 맘대로 안된다. 눈을 감는다고 바로 잠이 오는 것도 아니다. 아침마다 귀찮은 수염이 자라지 않게 할 수도 없다. 도대체 어디부터 나인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아닌 부분은 무엇일까? 심지어 내 몸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적어진다.


# 덧셈

내 눈앞에 휴대폰이라 불리우는 기계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스물네 시간씩 달고 사는 삶이 비인간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20cm 거리조차도 멀다. 차라리 머리와 기계를 연결해서 좀 더 비인간적인 존재가 돼 볼 수는 없나? 눈 앞에 지도를 띄워 본다든가. 눈을 감고 이메일을 써서 보낸다든가. 아예 내 머리의 일부가 기계였으면 좋겠다.


# 뺄셈

덧셈은 즉 뺄셈을 의미하기도 하다. 귀찮은 일들은 그냥 빼 버리고 싶다.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걸어간다든가 씻기 귀찮은 날은 머리 어딘가를 전기로 지져서 땀이 안 나게 한다든가. 버튼을 누르면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해서 잠이 오게 만든다든가. 무엇보다도 배가 고프다고 계속 요동치는 이 알람에 '6시간 뒤 다시 알림' 버튼을 처박아버릴 수는 없나.


# 기계

머릿속에 기계를 달고 사는 인간이 존재한다면, 반대로 자아를 가진 기계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런 존재를 만들어 내고 싶다. 이 녀석이 내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는 모른다. 심지어 나를 살릴지 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종을 창조해내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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