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집에 사는 김 씨는 바레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 오다 세관에 걸려 빼앗겼다고 한다.
길 건너에 사는 J 씨는 바레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 오다 세관에 걸려 빼앗겼다고 한다.
불과 5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사우디는 그랬다. 기독교에 관련된 것들에 굉장히 예민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다 오면 세관은 눈에 불을 켜고 하나라도 잡아내려고 했다.
12월이 다가오면 많은 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집을 장식하곤 하는데, 어떻게 세관의 눈을 피해 크리스마스 물품들을 가져오느냐가 관건이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캠프 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번거롭지만 본국에서 물건을 사 둔 뒤 여름휴가 때 물건들을 가져오는 방법이다. 여름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가져올 거라 생각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3-4년 전 즈음 대형 문구점에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직접 방문해 보니 사실이었다. 80년대에나 볼법한 매우 허접한 물건들이었지만 모두들 허겁지겁 구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철사 심지에 보라색, 은색 비닐이 붙어있는 그 장식을 구매하며 요즘에 이런 레어템을 만나다니 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마음 졸이고 눈치 보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우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아주 세련된 장식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방문해 사우디에서 볼 수 없는 물건들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으니 그때는 옳지 않고 지금은 옳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우리 동네는 누가 더 잘 꾸몄나 경쟁하듯 집집마다 앞마당을 예쁘게 꾸며 놓았다.
우리도 소소하지만 독일에서 가져온 물건들과 사우디 쇼핑몰에서 구매한 것들로 장식하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