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식 이야기를 찾아서

특징, 코스의 종류, 꼰대 문화(?)까지

by inspiration

최고의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식문화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삶의 방식이자 문화 그 자체로 여겨진다. 지역별 전통과 계절성, 가족 중심의 식사 문화가 깊게 배어 있다.


1. 지역성 (Localita)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가 그 중심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요리가 크게 다르다.

북부는 버터∙치즈∙쌀(리조또) 사용이 많고, 중부는 올리브오일∙허브∙파스타, 남부는 토마토∙마늘∙해산물이 발달했다.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분열되어 있었고 각 지역이 문화권이 달라 한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요리를 알 일도 먹어 볼 일도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탈리아 요리'라는 호칭은 이탈리아 내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 토스카나 요리, 시칠리아 요리 같은 건 있어도 '이탈리아 요리'는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에만 쓰인다.


2. 재료의 신선함

이탈리아 사람들은 '최고의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장을 볼 때도 지역 시장(Mercato)을 중요하게 여기고, 제철 식재료를 고집한다.


3. 간단하면서도 깊은 맛

양념을 복잡하게 쓰지 않고, 올리브오일∙허브∙치즈와 같은 몇 가지 재료로 풍미를 살린다.


4. 한국인에게 친숙한

이탈리아 요리는 이미 한국에서 친숙한데, 쌀과 마늘이라는 친근한 재료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유럽 요리 중에서 가장 마늘을 많이 쓰고 고추 또한 꽤 듬뿍 쓰는 편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쓰이는 고추와 마늘의 양은 일반적인 한국 요리보다 적지만 어쨌든 음식의 기본 재료가 더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보다는 이탈리아 요리가 더 익숙해지기 쉬웠던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생소한 코스 대신 단품으로 시킨 음식만 딱딱 나오는 비스트로(Bistro)의 구조 역시 한국인들의 이탈리아 요리 선호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재료부터 요리까지, 진정한 슬로우 푸드


아페리티보 (Aperitivo)

친구나 동료와 저녁 전에 모여 가볍게 즐기는 식전주와 간단한 음식을 아페리티보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약속을 하면 바로 레스토랑으로 가지 않고, 근처 바나 카페에서 아페리티보를 먹으며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 늦게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기도 한다.

꼭 음식을 곁들인 아페리티보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식전주(아페롤, 스프리츠, 또는 화이트와인)만 마시기도 하고, 곁들인다면 음식의 종류는 주로 짭짤한 감자칩이나 올리브 절임, 제철 채소 절임과 같은 핑거푸드가 주를 이룬다.


안티파스토 (Antipasto)

테이블에 앉으면 바로 시작되는 전채요리.

계절의 흐름을 바로 알 수 있는 첫 번째 코스이다. 프로슈토, 치즈, 올리브, 브루스케타 등이 대표적인 메뉴이고 모든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봄이면 아스파라거스, 여름에는 토마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버섯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프리모 (Primo)

첫 번째 주요리로, 보통 파스타와 리조또, 뇨끼 같은 탄수화물 기반의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메뉴이다.

이탈리아에서 쌀은 중부에서 북쪽 평야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서, 남쪽 지역에서는 관광객 위주 식당 외에는 리조또를 다루는 식당이 흔치 않다. 중부에서 남쪽까지는 듀럼밀 건파스타를 많이 사용하고, 에밀리아 로마냐부터 토스카나까지는 직접 반죽하여 속을 채워 만드는 라비올리, 카넬로니, 라자냐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세콘도 (Secondo)

두 번째 주요리. 고기와 생선 등 단백질 위주의 메인 요리.

지역의 성격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코스로, 바다가 가까운 남부에는 고기보다 생선이 주를 이루며 토스카나와 피렌체 지역은 낙농업이 발달하여 T-bone 부위의 소고기를 이용한 비스테카 피오렌티나(소고기 스테이크)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외에는 송아지요리, 돼지고기, 닭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세콘도와 함께 샐러드나 채소 볶음, 구운 채소 등 제철 채소를 재료로 한 곁들임 요리를 콘토르노(Contorno)라고 한다.


돌체 (Dolce)

이탈리아 요리에서 유일하게 달콤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디저트 코스.

티라미수, 젤라또, 판나코타, 세미프레도*, 자바이오네* 등 주로 전통적인 메뉴이며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담으로 스타벅스의 '돌체 라떼'의 돌체도 동일한 이탈리아어이다. - 돌체(Dolce, 달콤한)


(1) 세미프레도 (semifreddo)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케이크. 세미프레도는 이탈리아어로 ‘반쯤 차가운’이라는 뜻이다.

아이스크림보다는 부드럽고 무스보다는 단단하다. 이름처럼 반만 얼리기 때문에 그다지 차갑지 않다.







(2) 자바이오네 (Zabaione)

달걀 노른자, 설탕, 그리고 와인(주로 마르살라 와인)을 함께 중탕하여 거품을 내어 만드는 부드럽고 가벼운 커스터드 크림







카페 (Caffe) 또는 디제스티보 (Digestivo)

디저트 다음으로 보통 에스프레소와 과자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커피를 원하지 않으면 소화를 돕는 식후주를 마신다. 북부에는 그라파*, 토스카나가 속한 중부에서는 빈산토**, 남부에서는 파시토의 와인을 마신다.


(1) 그라파 (Grappa)

보통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포메이스(포도껍질, 남은 즙, 씨앗 등)를 증류해서 만든 포메이스 브랜디.

보통 40도 이상으로 도수가 높고, 주로 숙성하지 않은 채로 판매한다. 중국의 백주와 유사한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으며, 좋다기보다는 독특한 향과 원재료의 특성상 저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브랜디처럼 오크 통에 숙성시켜서 만드는 제품도 있으며, 최근 전세계적인 주류의 고급화와 포도주 양조 기술의 발전으로 포메이스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포도주 양조 후의 부산물인 포메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그라파용 포도를 생산해 포메이스화 시켜서 발효후 증류시키는 제품도 있다. 고급품은 단일 품종의 포도로 단식 증류를 해 만들어진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 아예 커피에 그라파를 섞어 마시기도 하는데, 적절한 커피라는 뜻의 '카페 코레토'라고 부른다.


(2) 빈산토 (Vin Santo)

달콤한 디저트 와인

포도를 압착하기 전단계에서 포도를 반건조 시킴으로써, 수분을 날리고 당분 및 산미를 응축시켜 양조하는 포도주이다. 영어로는 스트로 와인 (straw wine)이라고 한다.

프랑스어의 파이으, 독일어의 슈트로, 체코어의 슬라모베는 영어의 straw, 즉 지푸라기를 말하며, 독일어의 쉴프는 갈대를 말한다. straw wine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수확한 포도를 지푸라기를 얽어 만든 멍석이나 갈대발 위에 널어 놓거나, 서까래에 매달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이렇게 건조시키는 공정을 아파시멘토(apassimento)라고 하며, 파시토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풀리아 등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자주 아파시멘토 공정을 통해 포도주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실 유명한 음식 꼰대임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음식에 대해 종교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보수적이고 엄격하다. 물론 식당에서 코드에 어긋나는 주문을 고집스럽게 요구하면 마지못해 응해주기는 한다.(특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에서) 하지만 사장, 종업원 그리고 요리사에게 '식문화의 ㅅ 자도 모르는 자'로 직설적으로 또는 우회적으로 비웃음당할 것은 각오해야 한다.


또한 재료에 대해서도 민감한 편인데, 가급적이면 레시피에 명시된 재료 외에 대체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극단적인 경우로 레시피에 명시된 재료가 없으면 재료를 대체하지 않고 요리를 포기할 정도로 재료에 민감하다.


✔️ 엄격한 음식 규칙 10가지


1. 음식 2가지 또는 재료 2가지의 잘못된 조합은 절대 용납 불가

- 해산물 파스타 + 치즈 → '바다와 치즈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거의 종교적 신념 수준.

- 파인애플 + 피자 → 이건 파스타가 아니라 디저트다.

- 파스타 + 케첩 → 이건 파스타가 아니라 어린이 메뉴다.

- 샐러드 + 드레싱 소스 → 올리브오일+소금만 허용 가능.(발사믹 식초 약간은 허용) 마요네즈나 랜치소스는 이단 취급.

- 와인 + 얼음 → 와인은 칵테일이 아니야! 와인에 얼음을 넣는 순간 와인을 모욕했다는 눈빛을 받을 수도.

- 빵 + 버터 → 식사 중 빵은 오로지 소스를 닦아먹는 용도. 아침에만 버터를 발라먹으며, 저녁 식사 중에 버터를 발라먹으면 웨이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 수도 있다.


2. 아침엔 카푸치노, 점심 이후엔 오직 에스프레소. 오후 3시에 카푸치노를 시키면 관광객 인증하는 것.


3. 식후에는 오직 커피와 돌체만 즐기고, 식후에 마시는 차는 이해하지 못한다.


4. 아침 식사로 치즈가 들어간 파니니(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주문하기가 어렵다.


5. 식사가 끝나기 전에는 보드카, 그라파(이탈리아 브랜디), 진, 코냑 등 알콜 함량이 높은 술을 기꺼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6. 알단테보다 푹 삶은 파스타를 식탁에 올리는 건 범죄.


7. 오후 12시 반 이전이나 2시 이후에 점심 식사를 주문하지 못한다.


8. 주문한 음식들과 어울리지 않는 음료를 마시고 싶으면(특히 와인) 엄청난 고집을 부려야 한다.


9. 스파게티 숟가락에 돌돌 말아먹기 금지 → 어린이에게만 허용. 어른은 포크만 사용해서 우아하게 돌려 먹어야 격식 있는 이탈리아 식사 방식.


10. 레스토랑에서 피자 손으로 뜯어먹기 금지 → 길거리가 아닌 레스토랑에서는 칼과 포크를 써서 먹어야 함. 손으로 피자를 먹는 건 '미국식'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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