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은 신체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감정을 ‘의미’가 아닌 ‘기능’으로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선택은 의식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생화학적 반응과 알고리즘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 등장합니다. 처음 이 관점을 접했을 때 꽤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과연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합니다. 《행복의 기원》은 이 두 관점 사이에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집니다. 유발 하라리의 책 이후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2. 행복은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생기는 부산물
책에서는 행복을 인간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했던 도구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관계가 행복에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대부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사람 간의 연결이 강한 한국 사회는 왜 행복지수가 낮을까요.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자율성’입니다. 내가 선택한 관계는 에너지를 주지만, 의무로 유지되는 관계는 오히려 소진을 만듭니다.
직장인들이 회식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원하지 않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사는 행복감을 높여주지만, 불편한 관계를 감내해야 하는 만남은 그렇지 않습니다.
3.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가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못하는 문화에 있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연인 관계든, 부모와 자식 관계든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기보다, 나의 기준에 맞추길 기대하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변했다’고 말합니다. 이 지점에 대한 더 깊은 내용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점점 흐려집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순간, 행복은 서서히 무너집니다.
《행복의 기원》 북리뷰입니다.
이 책에서는 다윈의 진화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삶을 대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과학자도, 철학자도 아니기에 무엇이 맞다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단,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 가는 태도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행복과 감정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며 몇 가지 내용 정리해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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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압축한다면 나는 "The ultimate SOCIAL machin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남을 설득하고, 속이고, 속마음을 이해하고...뇌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람 간의 이런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의 진화 여정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뜻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조상이 된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던 매우 사회적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사회적 인간의 유전자를 받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생존 비법'을 전수받았다.
복권 당첨, 새집, 안정환 골. 짜릿하지만 그 어떤 대단한 일도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좌절과 시련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지만, 기쁨도 시간에 의해 퇴색된다. 이런 빠른 적응 과정 때문에 비교적 최근의 일들만이 현재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적응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행복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보면 야속한 일이다. 창을 들고 동굴 밖으로 다시 사냥을 나서는 이유는 사실 잃어버린 쾌감을 다시 잡아 오기 위함이다. 이 무한반복의 생존 사이클이 지속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쾌감의 소멸이다. 소멸되지 않으면 동물에 마냥 누워 있을 것이고, 계속 누워 있다 보면 결국 영원히 잠들게 된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연구에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행복감이 변하는 것(개인 내 변화)와 행복의 유전적 영향(개인차)은 다른 얘기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변하는 범위는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의 행복 변화 폭은 6-8 사이(평균 7)지만, 다른 사람은 7-9 사이(평균 8)로 이해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