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상 소장 "취업하고 싶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라"
1일 서울시 강남역 한 카페에서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과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이남석 기자)
[아시아타임즈=이남석 기자] 올해 심각한 고용한파에 취업을 눈 앞에 둔 청년들은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남들과 다른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 매일 머리를 쥐어 뜯고, 또래의 청년들끼리 모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면접 준비를 하지만 너무나도 높은 취업문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느 기업에서는 어떤 준비를 한 취준생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더라' 등의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의 범람으로 청년들은 이제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1일 기자가 서울시 강남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취업 컨설턴트인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은 당장 자소서 작성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조금씩 고쳐나가는 자소서보다 밖에서 경쟁의 해답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윤 소장의 이러한 조언은 최근 기업들의 채용 트랜드와 무관치 않다.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에게도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문에 많은 취준생들이 '인턴 경험'에 매달리고, 혹은 경험을 쌓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윤 소장은 '경험'의 답을 찾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고 설명한다. 일주일 내내 종일 집에서 자소서만 쓴다고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며,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게 그의 조언이다.
"유통 식품업계에 MD직군으로 취직을 하고 싶었던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자소서 쓰는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동네 백화점, 마트, 편의점, 슈퍼 등을 돌면서 상품대 배열순서를 일일이 조사했죠. 상품 배열과 관련해 불편한 내용과 개선방향 등을 자소서에 녹여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최종합격을 했습니다. 이 학생이 마트조사에 투자한 시간은 고작 '반나절' 입니다. 남들이 자소서를 썼다 지웠다하며 전전긍긍할 때 이 학생은 반나절을 투자해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경험'을 제대로 간파한 훌륭한 사례입니다"
최근 기업들이 '직무 관련 경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함께 성장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곧바로 적응할 부품의 역할을 할 사람을 뽑기 때문이라는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람을 뽑았죠. 하지만 이제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채용하는 겁니다. 학점 4.5만점에 4.5만점자를 채용하는 것이 이전 풍토였다면, 이제는 과연 이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우리 기업내 시스템의 일부로 들어와도 오류를 일으키지 않느냐 그걸 보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 경험' 요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인턴'이나 다른 기업에서의 '경력' 등을 요구하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소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도 자신만의 '직무 관련 경험'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에베레스트 등산처럼 대단하고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경험을 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에요. 대다수의 취준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직무를 연관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죠. 이러한 취준생들에게는 '전지 마인드 맵핑' 방법을 추천합니다"
"우선 자신의 방 벽에 커다란 전지를 한 장 붙여놓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작은 아르바이트라도 좋으니 생각나는 에피소드와 경험을 하나하나 재미있게 그려나가 보는 겁니다. 조별과제를 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는데 망했던 경험부터, 롯데리아 알바를 하면서 새로운 햄버거를 만들었던 것까지 자신만의 각종 이야기를 마인드맵으로 하나하나 그려나가는 거죠. 그럼 신기하게도 어떤 직무라도 그와 관련한 경험이 그 마인드 맵핑 안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평소 지적을 잘하는 타입인데 과거에 자신의 지적으로 논란이 많던 학교 조별발표 순서나 출석 시스템 등이 개선된 사례가 있다면 이는 품질관리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자질이죠.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관련 직무에는 정말 필요한 요소인 셈이죠"
윤 소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정리하면 그 경험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기업면점에서 어떠한 돌발질문이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소장은 취준생의 스펙의 척도로 보고 있는 '자격증 취득'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취준생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자격증을 절대적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자격증을 꼭 따야만 취업에 성공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기업이 자격증 소유를 보는 이유는 지원자가 해당직무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에요. 따라서 취업준비기간에 직무와 관련없는 자격증에 올인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에요"
자소서가 통과되면 남은 벽은 면접이다. 윤 소장은 앞선 설명대로 트레이닝이 되어 있다면 면접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접의 '히든카드'로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보통 최종면접에 가면 면접관들이 부정의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 차분해 보이는 지원자에게 혹시 학교를 벗어나서 고객들을 상대하거나 외향적인 활동을 경험해본 적 없죠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의 계기를 보여주면 다른 지원자보다 확고한 인상을 심어주게되고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면접관이 체구도 작고 굉장히 말수도 적어보이는 외모를 가진 한 여학생에게 이 질문을 던졌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고등학교까지 취미로 태권도를 했고 집이 슈퍼마켓을 해서 주말마다 박스를 나르는 일을 했죠. 이는 면접관들이 누군가를 탈락시키기 위한 거르기용 질문을 한 것인데, 오히려 그녀는 반전의 키워드로 면접관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취업에 성공했죠”
1일 강남역 한 카페에서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 '취준생들의 톡톡 질문'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취준생 5명에게서 그들의 고민이 담긴 질문을 미리 듣고 윤 소장에게 전달했다. 취준생들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에 대해 윤 소장은 진중하게 답변해 주었다.
- 직업을 선택할 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나요? (강현호·27·남)
최근 트렌드는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취업만큼 입사해 버티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되었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죠.
한 예로 이전 한 친구가 부모님부터 언니까지 가족이 모두 은행원 출신이여서, 자신도 은행원의 길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뛰어난 성적으로 은행에 입사를 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은행원이 되면 낯선 사람에게도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자신은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었던 거죠. 이처럼 자신의 적성을 배제하고 무턱대고 입사했지만 채 1년도 못 버티고 나온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기업 내 인사담당자들의 속설이 무엇일까요. 바로 2년 이내 3번 이직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기업은 봉사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한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갑니다. 기업들은 취업공백기가 긴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서지연·26·여)
2년 정도까지는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와 휴학 등을 많이 하기 때문에 대체로 졸업연령도 늘어났습니다. 다만 2년 이상을 넘겼음에도 그동안 자소서만 쓰고 자격증이나 직무 관련 경험 등 플러스 요인을 쌓지 않았다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요즘에는 기업들이 학점을 많이 안본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학점이 낮은 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요? (김지원·25·여)
아니요, 학점 중요합니다. 특히 이공계는 전공이 직무와 직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다만 인문계 같은 경우는 우선 3.0정도는 커트라인으로 넘겨야 합니다. 다만 학점은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학점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직무와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최근 공기업의 채용 트렌드는 어떻게 되나요? (장태환·28·남)
2018년 하반기부터 공기업의 채용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으로 바뀝니다. 이전에는 스펙중심으로 채용을 했다면, 앞으로는 NCS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저스펙의 지원자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죠. 따라서 현재로서는 NCS를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윤호·27·남)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 친구는 주변에서 함께 했기 때문에 내가 어느 것에서 싫증을 내고, 호기심을 보이는지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단 부모님들은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부모님께 묻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
윤 소장은 수십만 건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처리하는 대기업인사팀 면접관의 현장노하우를 제공하는 취업 컨설턴트다.
대우통신㈜ 인사총무팀 인사·교육 담당자로 재직하였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채용 및 인사관리·기획 업무 등을 하며 인사실무자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그는 인사 실무자의 입장에서 구직자가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법, 면접시 인사담당자를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실직적인 노하우로 연간 200회 이상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취업에 대한 강의와 코칭,컨설팅 등을 진행하며 300회 이상의 방송출연을 했다.
대표방송으로는 KBS일자리119, 아침마당, 생생정보통, JTBC현장박치기, 직업방송에 다수 출연했으며, 한국경제TV(직업방송)에서 취업전문가 고정패널로서 대기업 공채전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인사PR연구소장과 좋은 이력서 수석 컨설턴트를 역임하고 있다.
이남석 기자 lns@asiat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