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11:00 브런치. 시작

아침에서 점심까지 우리의 첫 끼. 혹은 여자들만의 소소한 수다시간.

by so young in season

처음 본 것은 분명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 였을 것이다. 캐리와 그 친구들이 둘러 앉아 조금 느지막히 시작하던 하루의 첫 끼. 단어만으로도 설레였던 '뉴욕'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그들은 브런치를 주문했다. 그 유명한 사라베스 (이제 대한민국의 판교에도 들어왔다는) 카페가 이 땅에 소문난 것도, 은근히 한 번쯤은 만져보고 싶던 어마어마한 높이의 힐, 마놀로블라닉이라는 이름을 알게된 것도 다 그 덕택. 우리 세대(이렇게 언급하자니 본인이 매우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들의 이십대 허영이란 거의 대부분 그 드라마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뉴욕이라는 도시에의 동경 역시, 혹은 브런치라는 곳에 이렇게 주절거리는 것 또한 우리의 멋진 글쟁이 캐리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듯이.


시간이 흘러가면, 주위의 환경이 점차 바뀌고 알고 지내게 되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져 왔다. 당시엔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시기만 공유하고 사라지는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여자들에게는 늘 변치않고 함께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가 있기 마련이다. 여고동창생이라는 말로 대변되던 우리 어머님 세대부터, 지금 브런치를 즐기는 우리 또래들까지.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기능은 동일하다.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들어 줄 그들. 어떤 고해성사에도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그들. 함께 맞장구 치고, 때론 분노하며 그렇게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내 여자친구들. 옛 영화의 카피처럼, 그들이 함께일 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던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두려운 일이 생길지라도 마음 한 켠에 이들을 기둥삼아 지탱해 간다. 같이 울어주고 끌어안아 줄 사람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 꿋꿋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함께 수년의 세월을 지내온 친구들은 표정만 봐도 안다. 그래서 때론 속마음 들킬까 무섭기도 한 그들이기에 가장 편안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브런치 타임은 아이들과 남편을 보내고, 그들이 돌아오기전, 지친 엄마들이 모여 잠시 쉴 수 있는 그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세탁을 하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엄마들이 유일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테이블일지도. 언젠가부터 카페를 열고, 주방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준밥이라는 엄마들의 외침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된다. 막연히 그런 테이블이 열렸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편히 앉아 마음 넉넉하게 쉴 수 있는 브런치. 너무 멋지지 않아도 편안하게 아빠다리하고 의자에 앉아 몇시간이고 그간의 속 앓이를 토해낼 수 있는 그런 식탁. 편안하지만 내 집이 아니니까 먹고 나서도 치울 걱정없는 그런 풍성한 테이블. 그래도 쉽사리 집에서 하는 요리가 아닌 뭔가 먹어본 적 없는 조금은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 정성스런 음식들. 언젠가 나도 차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친구들과 편안하게 브런치라는 이름의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을.



TABLE matters IN SEASON 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