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향기가 난다. 벌써 메리 크리스마스.
기억은 사진보다 더 풍부한 감각의 소유자인 듯하다.
익숙한 향기를 맡으면 문득 생각나는 한 순간의 장면이 그려지는 것 처럼.
대체로 맛있는 냄새가 불러 일으키는 추억들이 수두룩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븐에서 나는 생강향기만한 것이 없다. 금새 진저브레드맨에 눈코입을 그려주던 기억들이 겹치고 그 끝은 여전히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로 끝나곤 하니까. 매번 설레임보다는 다소 싱겁게 지나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 테이블 만큼은 1년치의 달콤함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물받기만 하던 어린시절부터 누군가의 비밀산타가 되어야 하는 지금에도 여전히 진저브레드맨 앞에만 서면 기분좋은 두근거림이 쉬이 멈추질 않는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눈 내리는 겨울 밤 두툼한 스웨터 끝자락에 큼직한 머그컵 위로 찰랑이는 하얀 밀크티의 부드러움
진한 쵸콜릿이 툭툭 덩어리채 박힌 쿠키와 생강향이 코 끝을 스미는 진저브레드맨 쿠키까지
창밖 너머 몰아치는 거센 바람소리에도 즐거운 캐롤이 입가에 맴돌만큼 달콤한 시간.
내일 아침 양말 속에는 뭐가 들어 있으려나 막연한 설레임이 공존하는 이브의 저녁.
올 해가 가기전에 우리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온 가족 함께 따뜻한 영국식 밀크티타임을 즐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