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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May 14. 2020

welcome plate

하귤로 가득. 오월의 플레이트

꽃이 피고 날씨가 좋아지면, 때때로 주말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오시곤 했다. 모처럼 바쁜 일을 접어두고 마음을 내어 일부러 찾아 주신 분들이 도착하면, 엄마는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급히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당장 간단하게 마실 거라도 상을 차려내느라 마음이 분주했던 것이다.


평소에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찻잔 세트에 귀한 차나 음료를 우리고, 빵집에서 사 두었던 케익이나 달달한 과자를 예쁜 접시에 담아 상에 올렸다. 그렇게 다과상이라는 근사한 손님용 테이블을 내고 나면, 언제나 근처엔 아이들용 간식상도 함께 차려지다 보니 손님들이 좀 더 자주 오시기를 은근히 바랬던 것도 같다.


때로는 '달콤한 테이블을 앞에 두고도 왜 저렇게 말씀들만 하실까' 눈치를 보며 엄마 상의 과자를 탐내곤 했다. 똑같은 과자라도, 유난히 어른들의 테이블 위 예쁜 접시에 올려진 것이 백배쯤 더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연남동 사무실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간단한 음료라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급히 안쪽 냉장고를 뒤져 음료를 만들고, 작은 디저트라도 곁들일 게 없나 찾아 헤매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손님 대접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일이 취향에 맞춰 주문을 받기에 여건이 어렵다면, 대신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이 달의 플레이트'를 만들어 한 가지라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웰컴 플레이트'. 이번 달엔 지금이 제철인 하귤이 주제다.



일일이 전날 냉침한 얼그레이 티와 그린 티에, 얼음잔과 하귤청을 같이 서비스하여 원하는 만큼 당도를 조절해 가며 아이스티를 즐길 수 있다. 함께 결들여지는 디저트는 하귤 마멀레이드로 구워낸 하귤 로즈마리 파운드 케익 슬라이스와 시럽에 구워낸 견과류이다. 연남동의 구석까지 우리를 찾아와 주신 그 발걸음에 감사하며 준비한, 웰컴 플레이트. 온라인에서 구매하신 고객분들께는 1인 이용권을 보내드리고, 현장에서는 유료(7,500원)로도 맛볼 수 있다. (현장 상품 구매의 경우 재방문 시 사용 가능한 이용권을 드립니다)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VIP, Very Important Person이라고 단어를 풀어보자니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용어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도 되니까.

행복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는 클리셰를 포기한다고 해도,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일 수도, 직장동료 일수도, 동네 친구 일수도 있는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와 항상 티격태격 대며 서로의 시간과 매일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주말마다 연남동 매장을 오픈하면서 우리의 VIP를 찾기 시작했다. 쉽게 표현하면, 일상 속에서 인시즌을 자주 만나주신 분들과 직접 만나보고도 싶고,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welcome plate 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번 돌아오는 계절을 함께 누리고 맛보고, 때로는 함께 요리하기도 하고, 또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시간들을 공유하며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처음엔 작게, 이 달의 플레이트부터 시작해 본다. 

매달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풍성한 파티 테이블이 차려지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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