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어야 좋을까요.
오랫동안 무화과라는 단어는 견과류와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건과일의 대명사였다. 대추야자 같은 주로 중동이나 터키에서 열리는 성경 속의 열매랄까. 여전히 건과일로 더 익숙한 망고처럼, 베이커리에서 맛보는 무화과 역시 반건조된 단 맛이 젤리처럼 응축된 질깃한 그 무엇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엽전처럼 납작하게 생긴 과일이라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선한 생무화과를 처음 맛본 것은 우리나라가 아니었다. 십여 년 전 중국 건조기후 지역의 입구인 우루무치의 바자르(전통 시장) 뒷골목에서 만난 상인은 바구니 안에 푸릇푸릇한 자색의 열매 한 가지만 가득 담고 있었다. 곶감 같은 모양이 신기해서 기웃대니, 가이드가 말리기 직전의 무화과라고 몇 개를 사다 주었다. 너무 부드러운 과육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금세 쪼개졌고, 한 입 깨물자 질리도록 단 과즙이 입술을 타고 죽 흘렀다. 입안에 가득 들어차는 신기한 식감은 금세 뭉개지고 진한 여운만 남았다.
한 번에 두 개를 먹기 어려울 만큼 진하게 달았던 기억이 무화과의 처음이었다.
서울에서 생무화과를 먹게 된 것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처음엔 이 열매가 기억 속의 무화과랑 같은 과일이라고 못 알아봤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전남 영암에서 올라온 푸른 열매들이 박스에 담겨 '무화과'라는 이름으로 전시되는데 도통 정체를 알기 어려웠다. 지인의 집에서 신선한 무화과를 잘라주신 단면을 보고서야 이 과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접시에 담긴 무화과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는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껍질 채 먹어도 되는지, 그냥 과일처럼 먹어도 되는지 일상 경험이 없다 보니 어렵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남쪽 지방에서 재배되어 나오던 과일이었단다. 다만 저장성이 나쁘다 보니, 유통기술이 좋아진 최근이 되어서야 서울 한복판에서도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과육이 물러지는 무화과는 여름이라면 2~3일 밖에 못 먹기에 예부터 말리거나 잼 등 가공식품을 만들어 왔단다. 한 박스를 사서 여럿이 물리게 먹어도 대체로 절반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함정. 여기저기를 뒤져봐도 우리가 무화과를 먹어 온 방식은 주로 생식이었다. 잘 익은 무화과를 잘라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빵 위에 치즈와 함께 오픈 샌드위치로 먹는다. 피자를 구워낸 뒤 생햄과 함께, 케잌이나 치즈 타르트와 즐기기도 한다.
가공이 시작되는 것은 무화과가 너무 물러지거나, 당도가 떨어져 그대로는 먹기 어려울 때,
버리지 않기 위해 비책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무화과 캐러멜 조림
Caramelized Figs
Ingredients
깨끗이 씻은 무화과 450g 정도
레몬 제스트 스트립(레몬 껍질을 얇게 벗기는 것) 대략 폭 6mm 길이 2.5cm로 무화과 개수에 맞춰 준비
설탕 1컵
럼 약간(취향에 따라) 또는 물
바닐라 빈 1/2개
Method
1) 무화과는 꼭지 부근에 칼집을 넣어 준비한 레몬 스트립을 빠지지 않게 잘 꽂아준다.
2) 깊이가 조금 있는 팬에 레몬 제스트를 꽂은 무화과를 겹치지 않게 넣어주고 무화과 위에 설탕을 뿌려준다.
3) 냄비의 바닥에 5~6mm 깊이로 물이나 럼을 깔아주고 냄비 복판에 바닐라 빈을 넣어준다.
4) 뚜껑을 덮고 센 불로 끓여 끓어오르면 중불로 불울 줄였다가 뚜껑을 열고 자작하게 조려준다.
5) 무화가가 설탕에 글레이즈 될 때까지 15~20분 정도 졸였다가 먹는다.
* 그릭 요거트나 리코타, 마스카포네 치즈에 얹어 먹으면 이탈리아의 휴일을 그대로 즐겨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