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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Mar 18. 2021

슈퍼 필즈

금귤,껍질에 숨겨진 거의 모든 매력

일반적으로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를 먹어왔다.

특히 벗겨먹는 것이 익숙한 과일의 경우, 껍질을 까는 것이 먹는 순서의 시작이니까.


다만, 해당 과일이 <시트러스계 열매> 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시트러스계 열매는 그 특성상 과실의 향기를 대부분 껍질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도 레몬이나 오렌지 등의 껍질을 깨끗이 손질한 뒤 제스트로 만들어 샐러드나 디저트에 뿌려 먹기도 한다. 과육에서는 과일의 싱그러운 맛을 즐기고, 껍질은 버리지 않고 향기를 더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셈이랄까.


하지만, 알맹이가 아닌 껍질을 먹기 위해서 먹는 과일은 극히 드물다.



어릴 적부터 본 기억은 많지만, 막상 먹은 기억은 드문 과일 중 하나가 이 금귤(낑깡)이다. 금귤의 경우 껍질채 먹기에 입안에 달콤한 맛보다 그 향기가 가득 차는 편이다. 다소 화한 느낌과 함께 쌉쌀한 뒷맛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개를 먹기는 어려웠지만, 먹은 기억만큼은 뚜렷이 난다.



실제로 금귤을 반으로 잘라 단면을 살펴보면 과육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방울토마토만 한(더 작은 알도 많다) 크기를 반 가르면 한 열매당 4~5개의 큼직한 씨앗들이 각각 과육 속을 거의 가득 들어차게 자리 잡고 있기에, 씨를 빼고 나면 남는 양도 얼마 되지 않고 그 과육에서는 신 맛 외에 다른 맛을 느끼기도 어렵다. 결국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강렬한 향기와 단맛은 전부 껍질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금귤의 껍질은 제법 두껍고 뻣뻣하며, 입 안에서 따로 놀고 특유의 화한 맛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단 껍질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드는 가공의 과정이 필수다. 껍질의 뻣뻣한 식감이 해결되는 순간, 어떤 조리과정에서도 살아남는 금귤만은 독특하고 강력한 향기는 어마어마한 매력으로 탈바꿈되기 시작한다.



콩포트는 과일을 통으로 설탕에 졸여 만드는 프랑스식 디저트로, 만드는 방식은 잼과 유사하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들어간 과육의 형태. 잼은 과육이 거의 다 풀어지거나 부드럽게 펴 발릴 수 있도록 갈려 들어간다면, 콩포트는 과육의 형태를 최대한 살려 그대로 조린 것을 말한다. 과피를 그대로 먹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금귤의 가장 쉬운 가공법은 이 <콩포트>라 볼 수 있다.



씨를 뺀 금귤을 4 등분하여 설탕과 물에 한 소금 끓여내고 나면, 껍질의 표면에는 반짝반짝한 시럽이 코팅되어 그 낱알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기분마저 들곤 한다. 금귤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기에 다양한 베이킹에도 활용 가능하겠지만, 제일 쉽게 먹는 방법은 조려진 과육을 그대로 올려 먹는 것이다.



따뜻한 차나 커피와 함께 낱알을 먹어도 좋고, 크래커에 부드러운 연성 치즈를 바른 뒤 위에 올려 카나페로 먹어도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콩포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과인 <금귤 정과>를 만들어 왔다. 금귤의 과피에 뜨거운 시럽을 매일 한 번씩 입혀 최소한 일주일을 기다려 완성되는 이 디저트는 프랑스의 마롱글라세에 필적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마음먹고 금귤로 콩포트를 만들었다면, 먹는 것은 쉬운 일이다. 집에서 베이킹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미 금귤 콩포트를 넣고 스콘이나 파운드케이크 한 판은 구워보지 않았을까. 브런치처럼 곁들여 먹자면, 팬케이크나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렌치토스트나 크레페 등 달콤한 디저트에 얹어 먹는 것 또한 가장 쉬운 방법인 셈이다.


물론 상큼한 향기와 달콤한 금귤의 맛은 디저트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육류요리(폭찹이나 탕수육)의 소스에 새콤달콤한 맛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을 때, 샐러드의 드레싱에 계절의 맛과 향을 입히고 싶을 때 등 우리 음식문화의 저변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새콤달콤’의 영역 속의 요리들에 두루두루 활용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금귤의 과육과 껍질이 씹히는 그 순간 더해지는 맛과 향은 일반적이었던 레시피의 품격을 올려주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생각보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금귤의 계절>이다. 한 두어 개 먹고 남은 금귤 팩이 집안에 굴러다닌다면, 간단하게 설탕에 조리듯 끓여내자. 금귤 역시 살구처럼 그냥 먹는 맛보다 가공했을 때 맛이 극대화 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 전까지 그 맛을 속단하지 말고, 딱 한 번만 끓여보자.

분명 기대와는 다른 새로운 맛을 만나게 될 것이다.




금귤 콩포트

kumquat compote


ingredient

금귤 1kg

설탕 600g

레몬즙 1 tsp


method

1. 금귤 씻기 : 껍질 채 사용하므로 소금물에 넣고 2~3분가량 두었다가 씻어낸다. 흐르는 물에 잘 헹궈낸 뒤, 물기를 잘 말려 준비한다.

2. 금귤의 꼭지를 떼고 반으로 잘라 금귤 속의 씨를 빼 준다.

3. 냄비에 손질한 금귤과 분량의 설탕을 넣고 잘 저어준 뒤 중불에 올린다. 금귤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설탕이 미리 타지 않도록 저어준다.

4. 국물이 나와 한 소금 끓어오르면 분량의 레몬즙을 넣고 불을 줄여 졸여준다.

5. 금귤의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국물에 점성이 생기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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