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정의 한가운데
이미 놓인 저울
엄마는 8살 때부터 친구인 A를 늘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입이 짧은 나와 달리 A는 김치나 나물 등 채소 반찬을 곧잘 먹었고, 먹는 양도 많았다. 집에 놀러 온 A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준 엄마는 ‘A처럼만 먹으면 좋으련만’이라는 늘 말을 빼놓지 않았다. 덕분에 A는 비슷한 키에도 볼살이 더 통통했다. 친구가 잘 먹어서 좋다는 말은 반대로 내가 차려진 음식을 우걱우걱 먹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하지만, 그 말을 온전한 사랑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렸다.
“내 친구 B랑 자기 친구 C랑 소개팅해주는 거 어때? B랑 C랑 왠지 잘 어울릴 거 같은데. C도 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어?”
결혼 준비가 이어지던 중 여자친구는 자신의 친구 B의 소개팅을 제안했다. B가 장기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B의 이별 사유는 전 남자친구의 음주.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남자친구가 못 마땅했던 B는 이 사안으로 다투다 결국 헤어졌다. 마침 회사 동기이자 친구인 C는 음주를 즐기지 않은 데다, 키 큰 훈남이라 B의 마음에도 들 만한 인물이었다.
“C한테 한 번 물어볼게. C한테 소개팅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 거절하더라고. 소개팅은 자기랑 안 맞다고. 처음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하는 게 비즈니스 미팅으로 느껴진다고 하던데.”
여자친구는 ‘좋은 생각’이라며 곧장 말을 이었다. “그러면 우리까지 해서 4명이 만나면 되겠네. 자연스럽게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되잖아. 오랜만에 나도 C도 보고. 자긴 B 안 만나봤지? 이참에 B도 한 번 만나서 우리가 연애 상담도 해주고 C랑도 연결해 주면 좋을 거 같은데?”
각자의 지인을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보려는 시도는 흔한 일이다. 특히 지인의 연인을 통해 다시 이어지는 관계라면, 직접 만나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배경이나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가늠하게 된다. 여기에는 소득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지인의 연인이 전문직이거나 대기업에 다닌다면, 그 인연을 따라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기도 한다.
나는 “C한테 물어볼게. 요즘 누굴 만나볼 마음은 있는 거 같더라고. 물어보고 다시 말해줄게.”라고 말했다. C에게 우리의 계획을 설명하자 즉각 ‘오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평소에 C를 비롯한 다른 친구와 돈가스를 먹고 2차로 가던 펍이 떠올랐다. 근사한 분위기에 와인, 맛있는 식사와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알맞은 장소. 마침 B가 퇴근 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회사와도 가까웠다. 여자친구와 C 모두 장소도 ‘오케이’했다.
“그럼 각자 그날 보는 걸로 전달하고 우리도 퇴근 후에 거기서 B, C랑 밥 먹자.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여자친구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마음으로 마련한 자리지만, 누군가를 소개하는 일이 보이지 않는 기준을 함께 데려온다는 사실을 그땐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