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정의 한가운데
추가 비용 지옥
명절에 고향을 내려가면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옛 앨범을 꺼내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나를 가리키며 그 당시 우리가 어느 집, 어떤 동네에 살았으며 집주인으로부터 겪었던 굴욕적인 일화도 들려줬다. 사진 몇 장을 꺼내 서울로 돌아갈 때 가져가라고 건넸으나 나는 손사래를 쳤다. 칠순에 다가서자 과거가 그리운 것인지, 서글펐지만 되돌릴 수 없는 그때가 생각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책상 구석에 박혀있던 앨범이 짧게나마 엄마와 집에 온기를 불어넣어줬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웨딩사진 촬영을 마치고 사진 선정과 앨범 제작 등을 위해 스튜디오를 방문한 날. 사진작가는 우리를 보자마자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두 분을 만나니까 이제야 마음이 편해지네요. 왜 싸운 건지는 모르겠는데 한 시간 내내 앞 타임 예비 신혼부부가 대화도 안 하고 사진도 제대로 안 고르니 곤욕이었어요. 나갈 때도 신랑분이 신부님한테 뭐라고 하는 거 같더라고요. 들어오시면서 못 보셨어요?”
“저희는 아무도 못 봤어요. 여기 스튜디오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어요? 싸우더라도 둘이 있을 때 싸우지 않나…?”
내 말에 여자친구도 맞장구치자 작가는 다시 입을 뗐다.
“꽤 많아요. 싸워서 오시는 경우도 있고 와서 사진 고르다가 의견이 안 맞아서 갑자기 분위기 안 좋아지는 일도 허다해요. 두 분은 오늘 사이 괜찮으시죠? 그럼 저 담배만 잠깐 피우고 와서 같이 사진 볼게요.”
당일에 촬영한 사진은 5000장이 조금 넘었다. 스튜디오는 이 사진을 그대로 준다고 했다. 초점이 벗어나거나 눈을 감은 사진도 일단 신혼부부에게 넘어온다. 이후 사진을 골라 다시 스튜디오에 전달하면 그 사진으로 보정 작업을 진행해 앨범과 액자를 제작해 준다. 여기서 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기존 계약대로 10장 앨범 무료로 제작해 드려요. 그런데 사진이 예쁜 게 많아서 10장은 아쉽지 않으시겠어요? 액자도 일반 액자 말고 아크릴로 하면 더 고급스럽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결혼식 당일에 놓을 수 있도록 작은 액자도 준비해 드리고요.”
작가는 20페이지 앨범을 만드는 데만 6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금액은 비쌌지만 스튜디오 대표가 같은 풍산 홍 씨라 사진 촬영을 길게 해 줬다는 사실에 마음을 달랬다. 여자친구는 “아크릴 액자와 앨범 20페이지를 다 합해 65만원에 해달라”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작가는 알겠다며 여자친구 제안을 받아들였다. 망설임 없이 선명하게 결이 난 거래였다.
“이 정도면 잘 마무리된 거 같아. 그치?”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여자친구가 물었다.
“선방했네. 사진 촬영도 길게 해 줬는데 액자도 아크릴로 받는 거면 괜찮은 거 같아.”
여러 조건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스튜디오 추가 비용은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돈 얘기가 오가다 보면 기분이 틀어지기 쉽고, 예비신부와 의견이 어긋나면 감정에도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어릴 땐 부모님의 정성이 추억을 만드는 비용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날카로운 돈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