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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섭 Feb 12. 2018

2018년 첫 햇살, 첫 글

Live in Berlin

처음이다.


올해 처음으로 보는 햇살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밖을 보았을 때 평소와도 너무 다른 풍경에 탄성과 함께 내 마음은 분주해졌다. 이곳의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하였는지 알기에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내 마음은 설렘과 불안함이 공존했던 것이다.



참 웃기다. 해가 뜬 하늘을 본 것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설렐 수가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4년이 넘는 시간을 네덜란드에서 보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 곳의 겨울 날씨인데도, 또다시 햇살이 반갑다니... 하지만 오늘 본 맑은 하늘이 올해 처음이라는 사실과 정말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빨리 지나간 1월 한 달 동안에는 이런 날이 없었다는 것도 이래저래 놀라울 뿐이다.




Tempelhof


간절한 내 바람을 알았는지 한 시간쯤 걸려서 도착한 이 곳에서도 맑은 하늘을 계속해서 보게 해주었다. 분단 시절에 군사시설로 쓰였다는 공항. 그때의 모습을 일부분 간직한 채 지금은 베를린 최대 규모의 공원으로 탈바꿈하였고, 공항으로 쓰였던 곳이니만큼 탁 트인 공간과 중앙에 있는 활주로에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우습지만 활주로에 서있어 본 건 처음이 아니다. 군악대 시절 해외 파병을 마치고 오는 비행기를 새벽부터 기다렸다가 비행기의 모습이 나타나면 나팔을 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활주로 옆 잔디에서 자리를 잡고 움직일 수 없었다는 차이가 좀 있긴 했지만...)



활주로에 섰다.

그렇게 길게 펼쳐진 길 위에 서있다 보니... 지금 내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 쓰는 이글처럼 처음이 주는 설렘도 있지만, 그와 함께 따라오는 다방면의 불안감, 압박, 불안정함과 걱정들도 따라오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참 뭐랄까. 해보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비율상 더 많았던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처음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이 곳. 베를린에 왜 머물게 되었나. 지난해 12월 26일,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떠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음악가로서의 삶도, 사람 관계도,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물론 이 짧은 기간 동안 알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긴 하다. 그렇다고 실망한 것도 아니지만.


(여담으로 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오늘 첫 햇살이 방안에 비친 덕분에 나는 새롭게 또 하나의 일을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꼭 성공과 실패일 필요도 없는 지금 글을 쓰는 일들처럼 앞으로의 수많은 처음, 그리고 시작들을 조금은 더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 매일 이 공간에 글을 쓸 수 있는 끈기와 용기도 함께 저장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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