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5화
모두 눈을 감은 동안 나는 연기를 꿰고 있었다.
다들 울다가 이제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만 눈물자욱이 없다. 이제 당신이 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정의 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단다. 아버지와 삼촌은 할아버지가 그 연기를 동아줄 삼아 가는 양. 밤새 향을 꺼트리지 않기를 바랐다.
연기만 잡고 있으면 눈을 감고도 느릿느릿 갈 수 있을 터였다. 내내 충청도의 한 마을에 살았으니 연기도 빠르다고 할 일이다. 어쩌면 살던 지역의 이름이 연기라 친근해서 좋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향의 끝을 맞춰 연기를 늘이고 또 다 사그라든 것들 고르게 하며 피어나는 것을 바라본다. 조용하고 또 조용해서 성실하려고 해도 자꾸 눈이 감겼다. 다들 눈을 감고 있는데 나만 눈을 뜨고 있으니 혹 다녀가기도 멋쩍지 않을까 싶다.
정지한 웃음 앞에 새 향을 올리고 잠을 쫓으려 이를 닦는다. 오직 나와 연기만 움직이고 있었다.
목에 수건을 걸고 아무 기척도 없는 장례식장을 휘휘 걸어 다니다 낮동안 다녀간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다들 어디서 왔을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가깝고 먼 곳에서 고루 애끓는 마음을 밀고 들어와 쏟아냈다. 품 안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다녀갔다.
죽음의 앞과 뒤에는 경황이 없고 또 그렇게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울면 우는 데로 곱씹으면 곱씹는 데로 다 담아두면 될 일이다.
사랑의 파도가 밀려왔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약속만 두고 가버렸다.
파도는 밀고 흔들고 쓸어가고 또 다가오니까. 쓸쓸해도 조금은 어루만져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