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의 카페

망원에서 합정, 어제와 같은 길

by 이훈보

조금은 편안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달 인가?


마땅히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마음먹었더니 날이 너무 추운 것 아닌가.


카페와 집 그리고 가끔은 약속 장소를 돌아다니는 정도의 여행기가 세상에 있을까.


느 동네의 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서 험담을 쓰게 되면 또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뭐 그런 건 대충 얼버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작정 시작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일부러라도 움직여야지..


이렇게 돌아다닐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먼지가 많지만 날이 조금 춥지만 그리고 어쩌면 다음 주 수요일에는 비가 올지 모르지만 수요일의 산책이라는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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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석관동과 망원동에 다녀왔다.


약속이 있었고 앞과 뒤가 연관이 있는 일이어서, 시간이 빠듯하고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산책이라기 보다는 이동에 가까운 하루였다. 일을 다 마치고 어제 걸었던 망원동과 합정 사이의 길을,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복장으로 걸어가다가 대형 빌딩 1층에 있는 똑같은 카페에 들러 다른 종류의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직사각형으로 된 카페였다.


흔히 생각하는 직사각형의 비율은 아니고 7:3 - 8:2 정도의 비율의 직사각형으로 한쪽 변에 앉아있자면 저 쪽 끝이 이상하게 먼 그런 카페였다.


이동 동선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같은 카페를 이틀 연달아 가는 일이 있었나?


다른 커피는 마시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메리카노는 원두를 고를 수 있고, 원두 이름이 각각 있었는데 발음하기가 부끄러워서 어제는 위에 것 오늘은 아래 것을 달라고 했다. 어제는 다크 로스트 된 것을 오늘은 마일드 로스트 된 것을 마셨다.


처음에는 기대보다 맛이 없는 것 같아서 '에이 실패구나.' 하고 '떡볶이나 사먹을껄' 했는데, 마지막 한 모금을 다 마시고 어제 밤에 그 맛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다가 오늘 다시 한번 더 들른 것이다.


앞으로 그 카페를 두 번 정도 더 가볼 생각이다.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인상이다.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간만에 다시 가보고 싶은 카페를 찾았다. 홍대 일대에서 내가 일부러 찾아가는 카페는 드문 것을 생각하면 사건은 사건이다. 아마 내가 새로운 카페를 연달아 이틀 간 갔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도 놀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손님의 쉼을 불안정하게 여기게 하는 자리가 불편한 카페를 몹시 싫어하지만 두 번 정도는 들러 차분하게 커피를 마셔보려고 한다. 맛이 익숙해진 이후로는 오직 의자 때문에 다시 갈지, 가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커피 맛을 생각하기 위해 두 번은 더 가보려고 한다. 당장 달려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마일드 로스트 보다는 다크로스트를 한 번 더 마셔 봐야 겠다. 그 다음은 라떼.


또 같은 길을 지나갈 일이 있을 때, 그리고 그날 커피를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면 말이다.


다음 글은 다음주 수요일에 혹은 그보다 일찍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