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목요일 밤 10시 50분

by 이훈보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한강에 가볼까? 하다가


미세먼지도 많은데 그건 너무 청승맞은 것 같아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요즘에는 괜찮은 캔커피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기 전에 우연히, 어느 무리의 송년회 모임을 보았다. 잠깐 보고 돌아 나와 한강으로 향하던 것이었는데, 문득 그 모습이 청승맞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송년회를 하지 못했다.


매년 크던 작던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송년회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내가 대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임의 장이 내가 근무하는 날의 근무 시작 시간부터 근무 종료 시간까지 송년회를 열었다. 우연이겠지만 끝나고 오라고도했지만 내가 일을 마치기 전에 송년회는 끝이 나고 다들 취해 집으로 떠났다. 끝나고 연락하라던, 나를 초대한 그 사람은 내가 집에 도착해 세수를 할 때까지 문자 한 통이 없었다.


지나고 보니 골탕을 먹인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한 사건이었다. 나이도 많은 사람인데...


아무튼 그래서 올해는 송년회가 없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으로 보았을 때 송년회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걷다가 새로 나온 커피를 하나 집어 들었다. 매일이나 남양이나 빙그레, 서울우유가 아니라 일동 후디스 라니.. 디자인도 희한한 것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꼼꼼하게 성분을 읽는다. 커피의 배합이 나쁘지 않다. 붉은색 디자인은 당분이 들어간 것. 내가 고른 푸른색은 당분이 들어가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횡단보도에서 빨대를 꼽아 마신다. 이것이 올해 내가 집중한 일 중 하나니까. 비록 커피는 소리 내 말을 할 수 없지만 맛과 향이 복잡 미묘하게 재잘거린다. 맛이 나쁘지 않아 송년회라고 할 만했다.


다시 사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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