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순탄치 않은 출발
어느덧 3개월 동안 많은 친구도 사귀고 나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은 잘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영어 실력도 꽤 늘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바쁘게 지내고 있던 나를 스스로 뿌듯해하며 지냈다. 하지만 그 뿌듯함도 잠시, 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행복을 파괴한 자는 나의 첫 캐나다인 친구 알렉스이다.
어느 날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통해 만나게 된 토고 친구와 클럽에 처음으로 가게 됐는데 클럽에 들어가기 전 줄을 서고 있었는데, 알렉스는 내 앞줄에 있었고 그때 이야기하며 만나게 된 친구다. 그날 클럽에서 본 이후로 우린 번호 교환을 했고 알렉스는 바로 다음 나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워홀 & 어학연수 온 사람들에게 이런 그림은 모두에 로망이 아닌가 싶다. 캐나다에서 생활한 지 2달 채도 안돼서 이런 로망이 찾아온 것이다.
알렉스가 초대한 시간은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알렉스는 내가 사는 곳이랑 가까운 다운타운에 있는 아파트에 살아서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찾아갔고 아파트에 도착해서 전화하여 집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집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정말 드럽게 더럽네”였다. 쓰레기가 너무 가득 쌓여 있어서 내가 쓰레기인지 쓰레기가 나인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알렉스는 스캇과 루크라는 두 룸 메이트 함께 살았다. 알렉스는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그때부터 나의 시련은 시작됐다. 알렉스는 신나서 나에게 이런얘기 저런얘기 말을 걸었고 나는 정말 단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든 생각은 “와… 얘 말 너무 빨리한다..” 였지만 알렉스 룸메이트인 스캇이 들어와서 얘기를 하는데 스캇 얘기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정말 답답한 것은 듣는건 둘 째 치고 내가 말 한마디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따라갈 수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얼마 있다 알렉스가 주문한 피자 배달이 왔다. 알렉스는 보드카와 피자를 먹으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처럼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냥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한테 말을 걸고 게임 작동법을 설명할 때마다 못 알아듣고 아무 말도 못 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좌절스럽고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우린 새벽 늦게까지 놀았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곯아떨어지기 까지 했다. 난 아침이 밝고 눈을 뜨자마자 자고 있는 알렉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그날 밤을 회상하며 굉장히 창피해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그 친구들은 대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그리고 그 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실상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영어를 많이 쓰려고 노력했지만 눈에 띄게 실력이 느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따지고 보면 젊은 캐나다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도 처음이다. 정말.. “원어민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에 영상이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더라도 잘 안 들리는 나를 발견했고 제대로 슬럼프가 왔다. 그 이후로도 알렉스는 두 세번 더 만났고 과연 이렇게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사람과 계속 연락을 하고 싶을까 의심스러웠다. 나처럼 영어 공부를 위해 온 친구는 내가 캐나다인 친구를 사귀게 됐다니까 너무나 부러워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알렉스에게 놀자는 메시지가 오면 거의 피하듯이 못 만난다고 핑계를 대고 어차피 받아도 알아듣지도 못할 전화는 받지도 않았다.
그 사건 이후로 말도 전보다 더 버벅거리고 실력이 안 좋아진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친구들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하기 위해 온 건데 정작 연락을 피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며칠 동안 이것저것 정말 시도 안 해본 공부 방법이 없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20만원이 넘는 강의도 두 개나 결제했다.
하지만 스피킹과 리스닝에 있어선 배우는 것보다 자기 공부가 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공부하는 것 들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랑 별다를 바 없이 비효율적을 공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낸 공부 방법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했다.
내가 영어 실력이 3개월 동안 전혀 안 늘었다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 영어 없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은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심지어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한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속으로 잘난체 하고 거만해 있었을지 모른다. 외국에서 살아가는데 영어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 레스토랑에서 주문하기, 가게에서 물건 사기.. 그 외에 언제 영어 쓸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해외에 살면서도 그만큼 영어가 절실하지 않았다. 어학원을 다녀도 영여가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절실하지 않고 생활하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기 때문에 공부에 필요성을 많이 못 느낀다. 나는 원어민 친구와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에 굉장히 배고파졌다...
원어민이라는 벽은 굉장히 높았고, 이제 난 그 벽을 넘으려 도약 중이었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보세요. 자신이 한국에 있을때와 현재 해외에있는데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세요. 만약 별로 다르지 않다면, 슬럼프가 오는게 당연한 것 입니다. 더 구체적인 계획을 새우고 꾸준한 공부를 실천하세요!
지금까지 Part1 순탄치 않은 출발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Part1는 처음 3개월 동안 캐나다에 정착하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Part2부터는 일을 구하고 원어민 친구들을 사귀며 본격적으로 적응하는 내용을 다룰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일을 구하는 이야기를 다루겠습니다. 또한 제가 했던 공부 방법들을 정리해서 제공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