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Den으로 살아가기
어느덧 캐나다에서 생활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캐나다를 떠나기 전엔 3개월이 지나면 큰 도시로 이사 후, 일을 구하기로 계획했었다. 보통 나같이 계획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몇 개월은 소도시에서 어학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영어 실력을 늘리고 대도시에 가서 일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난 Halifax라는 소도시에 너무 정이 많이 들었다. 친절한 사람들과 그동안 힘들게 사귄 내 친구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난 서울 출신이라 이 도시에 오면 빨리 대도시로 떠나고 싶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아마 내가 나이가 든 건지 몰라도 이 곳에서의 릴랙스 한 생활은 너무 좋았다. 사실 이 도시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아 만약 이 도시에서 일을 구할 수 있다면 이 도시에서 계속 살아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난 이사 가지 않고 Halifax에서 일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영어 슬럼프가 찾아온 이후 극복하기 위해 원어민 친구를 피하기보단 무조건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알렉스랑 더 자주 만났고, 자주 만나다 보니 돈도 많이 쓰고, 이제 정말 통장이 텅텅 비어 한국에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사실 돈이 없어서 한국도 못 돌아갈 정도였다.) 학원 환불받은 돈으로 진짜 난 말 그대로 3개월을 펑펑 놀았다. 그래서 절박함을 가지고 정말 제대로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많은 친구들이 내가 일을 찾는 걸 도와주려 했다. 알렉스는 Sobeys라는 대형 마켓 캐셔로 일하고 있어서 나를 매너저에게 추천하여 이력서를 제출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외국에서는 경력과 추천이 굉장히 중요해서 둘 중 하나가 없으면 인터뷰 기회조차 얻기가 힘들다. 게다가 소도시에선 일 구하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이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알렉스 덕분에 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었고 제출하는 그 당일 날 간단히 인터뷰도 보게 됐다.
이 때는 아직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여서 인터뷰에서 큰 말실수를 저질렀다.
매니저는 이력서를 읽고서는 나에게 “So, You are not going to school?”라고 물었다. 그래서 난 자랑스럽게 “Yes”라고 대답했다. 보통 학교를 다니면 면접자들이 일할 기회를 많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그래서, 학교 안 가요?", "네" 였지만, 영어에선 부정으로 물어보더라도 예, 아니오는 바뀌지 않는다. 즉, 난 학교를 가지 않으니 “No”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다. 어찌 됐던 나의 이 대답 하나로 이 인터뷰는 간단히 망하게 됐다. 알렉스는 인터뷰가 끝나고 “뭐야 너 왜 학교 간다고 얘기했어?”라고 따졌지만 이때 난 영어와 한글의 차이를 유창하게 설명하며 핑계를 댈 수 없어서 그냥 얼버부렸다.
내 또 다른 친구는 피시 앤 칩 푸드 트럭에서 일하는 분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푸드트럭은 보통 여름에만 일하고 비오면 열지도 않고 일하는 곳이 집이랑 멀어서 거절했다. 그래서 난 스스로 일을 구해야 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고, 직접 방문해서 이력서를 돌렸다. 한 동안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이력서를 몇 번 수정받았다. 그렇게 계속 노력을 하고 나니 전화로 인터뷰 요청이 오고 실제로 인터뷰도 여러 번 봤다.
전화로 인터뷰 스케줄을 잡을 때 지원했던 곳과 시간 장소를 영어로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서 인터뷰를 못 간 경우도 엄청 많다. 그럴 때면 또 좌절에 빠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구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스케줄 잡기 위해 전화가 오면 가능하면 녹음을 하였고 또 전화번호를 구글에 확인해보면 어디서 전화 왔는지 알 수 있다. 인터뷰를 여러 번 세네 번 낙방하다 보니 이제 인터뷰 보러 갈 때 그다지 떨리지 않았다. 인터뷰 동안 내가 잘못 알아들을 것을 대비해 항상 녹음을 했고 어떤 인터뷰는 집에 돌아와서 다시 들어봐야 했다. 한 번은 인터뷰를 마치고 내가 일 하는 걸 보고 결정하겠다는 곳이 있었다. 나중에 스케줄을 알려준다며 돌아갔는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번 실패를 맛보니 그냥 한국 식당에서 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전, 가장 크게 다짐한 것 중 하나가 한국인 사장 밑에선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장 밑에서 일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인 사장 밑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 제대로 대우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친구들은 보통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인터뷰는커녕 다른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조차 두려워하고 있었다. 난 사실 해외에서 일 구하는 걸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엔 아르바이트 개념이 없고 풀타임 파트타임만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도 뭔가 체계적이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맥도날드의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됐다. 맥도날드 같은 경우 매장에서 직접 이력서를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질문지를 답해서 통과한 사람만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 맥도날드는 대기업이고 해외에서 나름 1위의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욕심이 났었다. 내가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지인 직원들이 많고 또 사장도 현지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장하게 인터뷰 예상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만들어서 달달 외워갔다. 대망의 인터뷰 날 인터뷰가 아침 일찍이라 그동안 매일 늦잠 잤던 난 머리 만질 시간도 없이 인터뷰를 보러 갔다. 도착하고 몇 분 후 50대 정도 나이의 매장 매니저가 날 맞이했다. 우리는 인터뷰를 시작했고 인터뷰 질문들이 내가 예상했던 질문이 많아서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가 적어놨던 게 아직도 노트에 있지만 부끄러워서 올리지 못하겠다.
내가 예상한 질문만 말하자면 “자기소개를 해봐라”, “캐나다에 와서 무엇을 했나”, “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싶나”, “손님이 화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향후 꿈이 뭔가”, 그리고 “경험한 것이 무엇이냐” 정도였다. 실제로 난 “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맥도날드에서 일하면 빅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들어서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난 농담을 평소에도 즐겨하는 스타일이고 또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어 매니저는 무뚝뚝해서 내 농담을 받지 않았다. 난 속으로 “망했다..”싶었지만 매니저는 인터뷰가 끝난 뒤 “Your English is better than mine”이라는 내 빅맥 농담과 맞먹는 말도 안 되는 농담과 함께 합격통지를 받았다. 내가 원하던 풀타임 잡이였고 드디어 백수생활도 벋어나게 됐다.
모든 것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에서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학원 강사, 과외를 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쉽게 쉽게 돈을 벌었던 편이다. 처음에 일을 시작하기 전 강의식으로 트레이닝을 들어야 한다.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을 때 놀라웠던 건 그곳엔 고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있었다. 내가 정말 내 스스로한테 자랑스러웠던 것은 그 곳의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다! 한 시간여 동안의 트레닝이 끝났고 난 마치 영어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모든게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모자, 유니폼과 내 이름 “Den”이 쓰여진 명찰을 받았다. 그 명찰을 받자 무언가 굉장히 기뻤다. 내 영어 이름이 처음으로 진짜 이름으로서 쓰여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모든 친구들이 날 Den이라고 부르고 있었고 앞으로 사귈 친구들 그리고 코워커들이 날 Den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렇게 난 캐나다에서 Den으로서 새롭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글은, 해외에서 일구하기 팁을 써볼까 합니다. 커버 레터니 뭐니 막막하실텐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이제부터 틈틈이 본격적으로 영어 스피킹 공부방법을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구독하고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