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T 7가지 원칙의 로컬라이징
1. 동행 인원을 적게 하라.
무리가 많아질수록 도덕심은 반비례하여 해이해집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동행 인원은 가능한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 혼자이거나 좋은 친구와 둘이 가는 것이 좋으며, 최대한 4명 이하를 권장합니다. 동행 인원이 많아지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다른 백패커들과 주변의 뭇짐승들에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여러분의 동네에 주말마다 수십 명이 무리지어 떠들며 대형 배낭을 메고 지나다닌다고 상상해보십시오. 그 누구도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2. 패킹을 가볍게 하라.
무거운 짐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일은 자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가 깊은 숲, 높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연과 동화되어 내면을 돌아보고, 벗들과 나즈막하게 대화하기 위함입니다. 불편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리는 어느 술집에서 친구들을 모아 떠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무거운 짐과 음식물로 인하여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 고기 기름과 술과 음식찌꺼기와 배설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무겁게 메고 온 배낭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과다적재된 화물차가 도로 파괴의 주요 원인이듯이 무거운 짐으로 가뿐 숨을 내쉬면 탄소 배출이 많아지며, 우리의 몸과 자연도 함께 그만큼 힘들어합니다. 가볍게 가십시오. 그리하여 더 멀리 가고, 더 많이 보며,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곳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3. 음식을 줄여라.
1박의 백패킹에서 음식이 부족해 조난당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매번 음식이 남았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다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많은 음식은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합니다. 스토브의 연료를 많이 쓰는 것은 그만큼 제한된 지구자원인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고, 탄소배출도 많아집니다. 먹는 즐거움은 저자거리에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지방과 단백질로 주 5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4. 지역 주민들을 존중하라.
백패커들이 방문하는 곳은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며, 더러는 존경하는 조상님을 모신 곳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그곳은 엄숙한 곳이며, 존중해야 할 곳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스쳐지나가는, 초청받지 않은 손님일 뿐입니다. 방문지역의 주인인 지역 주민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예의바르고 겸손하게 행동할 것이며, 큰소리내지 말아야 합니다. 마주치는 그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십시오.
5. 지역 경제에 기여하라.
가능한 로컬 푸드(Local Food)를 이용하십시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방문하는 지역의 시장, 동네 어구에 있는 작은 가게를 이용하십시오. 돌아오는 길,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한끼를 사먹는 것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6. 지역 환경에 관심을 갖고 보호하라.
우리가 방문하는 곳에는 희귀한 철새가 계절을 달리하며 찾아오고 있으며, 그곳에만 식생하는 풀과 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작은 관심만 가져준다면 평생 볼 수 없는 진귀한 동식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의 방문으로 상처입을 지역 환경을 위해 기여할 바를 찾는 것은 방문자들의 작은 의무입니다.
7. 지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져라.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어느 산,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가도 저마다의 사연과 숨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투박한 봉우리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더 알 것이며, 마을 어귀의 나무 한그루가 가진 사연에 귀기울여보십시오. 거기에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작권 규정: FBE의 저작권 규정은 다음과 같이 CCL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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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E V1.0 2013.03.25
FBE V1.1 2016.03.09
FBE V1.11 2020.09.19
LNT의 7가지 원칙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의 일부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조건과 아웃도어 스타일에 부합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닥불의 영향을 최소화하라는 내용은 원칙적으로 산에서 불을 피울 수 없는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습니다.
공정백패킹윤리치침(Fair Backpacking Ethics-이하 FBE)는 LNT의 한국형 로컬라이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BE는 2013년 처음으로 제시되었습다. 특히 저는 FBE에서 인문학적인 아웃도어를 강조하였습니다. 방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면 백패킹 활동을 포함한 우리의 여행은 더 오래,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의 공동체를 존중하고, 지역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그저 소란스럽고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불청객이 아니라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2013년 제안된 이래 FBE의 7가지 주제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일부 표현들은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시한 가이드가 불변의 도그마가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와 관련 제도의 변경, 그리고 현실에서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계속 개정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지속가능성'은 단지 미사어구가 아닙니다. 작지만 실질적인 실천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그 주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