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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 Oct 07. 2017

AI 시대에 사람 중심의 교육 서비스를 고민하다

인공지능 자동번역 시대에 모바일 원어민 서비스, 튜터링이 가야 할 길

어제 구글 픽셀의 버즈가 발표되면서, 자동번역 시대가 현실적으로 더 느껴졌다. 

창업 초부터 계속 고민해오던 AI시대의 언어교육의 의미와 함께 왜 하필 AI 시대에 인간 튜터에게 의존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다시 회상하게 되었다.


긴 휴가를 맞아 부제는 매우 거창하지만 (인공지능 vs 휴먼터치 교육 구도..?) 

영어 콤플렉스 10년 차 기획자가 작정하고 만든 서비스의 뒷담화 정도로 우선 가볍게 봐주면 좋겠다.


개인적인 경험이 튜터링 BM의 시초가 되었으니까. :)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이 영어 콤플렉스(심지어 유학파까지..)에 시달리듯 나 역시 영어 열병과 함께 심각한 콤플렉스에 빠져 살아왔다. 무려 10년-  내가 학원, 전화영어, 과외, 연수에 쓴 돈만 해도 어림잡아 몇천만 원 수준이 넘어가는데 내게 꼭 맞는 교육을 찾기는 참 어려웠다. 


처음엔 모두가 그렇듯 학원을 찾았다. 하지만 하루에 많게는 15시간(ㅠㅠ)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대한민국 직장인, 그것도 빡세기는 탑에 드는 삼성전자..! 를 다니며 그것만큼 무리수인 일이 없었다. 한때는 아침 7시에 시작하는 2시간짜리 강의를 끊어놓고 꾸벅꾸벅 졸면서 듣곤 했는데, 20대가 지나가니 절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일단 학원에 출첵하는게 목적..


그래서 시작한 전화영어..! 희한하게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전화영어를 하는 부장님, 과장님들이 눈에 띄곤 했다. 다들 나같이 방법을 찾지 못하시고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점심이 늦어지는 날엔 매번 예약만 해놓고 놓치고, 연결된 후에는 PC에서 교재만 찾다가 시간 보내고.. 어떤 튜터와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대꾸만 반복하는 짧은 10분을 어영부영하다가 끝내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의 반복이었다. 

돈 날림 현상 반복..


그래서, 원어민에게 직접 과외를 받기로 결심하고 미국인들이 많이 본다는 벼룩시장에 공고를 냈다..! 시간당 무려 4만 원! 2주일 만에 40통 가까운 자기소개 메일 또는 이력서를 받았다..ㄷㄷㄷ그때 알았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원어민이 살고 있구나... 

수많은 이력서를 검토했고, 그중 무려 Harvard 대학의 Social study를 전공한 SAT 전문강사와 여행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분을 선택하여 몇 달간 과외를 받게 되었다. 

원어민 개인 과외 쌤 구인에 20:1의 경쟁률


1:1 과외, 그것도 내 시간에 맞춰 찾아와 주는 과외 선생님.. 가장 효율적이고 교육 효과도 좋았으나.. 월 50만 원의 거금이 털털털.. ㅠㅠ 몇 달 하다 끊었다. 또한 커리큘럼도 직접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같은 튜터와 비슷한 주제로만 이야기하다 보니 초기에 마구 늘어간다고 느끼던 스피킹 실력이 어느 순간 정체(?)한다는 점도 단점이었다.

돈날림 2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언어 교육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원어민 과외를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고, 비용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을까? 란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On-demand mobile learning, 튜터링이었다. 


24시간 튜터를 만나는 On-demand 컨셉과
콘텐츠 기반 라이브 레슨은
수단에 불과했다. 


핵심은 내게 꼭 맞는 튜터를 편하게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과 
내가 좋아할 만한 주제로
학습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 -
이것이 튜터링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원어민 과외쌤 1명을 구하기 위해 40여명의 이력서에서 이들의 전공과 문화적 배경, 히스토리를 죄다 읽어보았던 것처럼, 공부의 길을 선택한 우리들은 모두 내게 꼭 맞춘 튜터를 만날 권리가 있다.


전세계 어딘가에 있는 나만의 튜터..


또한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커리큘럼으로 구성하려고 이리저리 신문기사를 찾고, 나름의 커리큘럼들을 구성한 것처럼 우린 모두 내가 관심 가지는 분야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

안 그래도 본능을 역행하는 게 '공부'니까, 본능을 이용하려면 재미있어야 한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는.. 재미


그래서 튜터링은 화상 채팅이 아닌 콘텐츠 스트리밍을 기반한 음성채팅 교육서비스가 되었다.

6년 전 구상한 이런 서비스를(당시 삼성 사내공모에선 탈락..) 다시 다듬고 다듬어 2016년- 너무 늦게 내놓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작년에 론칭한 튜터링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주었다.


1년간 10만 명의 사용자가 생겼고, 유료회원 중 25%가 6개월 이상의 장기 수강권을 구매할 정도로 높은 로열티를 보였다. 온디맨드 편의성과 다양한 주제의 토픽 카드는 초기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추석기간 동안에는 영광의 교육분야 무료 앱 인기순위 5위를.. ㅠㅠ감사해요) :)

위로는 네이버, 아래는 EBS- but 우린 스타트업이니까 더 빡세게 달리는 수밖에..ㅎㅎ;;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더 많다. 

정말 우리 고객들이 초기에 구상했던 튜터링의 본질을 느낄 수 있을까? 아직은 부족하다. 특히 완벽히 개인화된, 개인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가 되려면 운영 노하우 축적과 새로운 기술요소 도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침 어제 구글이 발표한 구글 픽셀의 실시간 번역기, 버즈의 자연스러운 사용경험(UX)을 보게 되었다.


 구글 픽셀 런칭과 함께 발표한 구글 픽셀 버즈

항상 지켜보고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했던 인공지능 자동번역 시대의 영어 교육 시장과 튜터링 서비스가 가지는 핵심 가치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우선, 외국어 교육 자체의 수요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여행회화 중심의 초급 시장은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단순 번역'에 대한 수요는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국어를 습득한다는 차원이 여행지에서의 대화나 제 3 외국어의 임시 번역 수요뿐 아니라 비즈니스 실무와 유학 등의 구체 목적, 또는 타국의 삶과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자기계발 차원의 목적성을 가진다면 정확도가 높아진 번역 기능으로도 이 수요를 대체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외국어 교육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암기', 내용의 '해독과 번역' 차원이 아닌 

내가 갖고 있는 관심, 전문 분야와의 결합과 유연한 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모델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도착어 감수와 번역 결과의 사용 여부와 변형, 조합은 사람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통 능력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교육 환경에서 기계 번역은 외국인 튜터와의 부분적인 소통을 돕는 훌륭한 보조 도구로도 활용할 수 도 있을것이라고 본다. 


자동번역이 외국어 외에도 다양한 과목군과 여러 산업별 직무 교육 등 에 접목된다면 글로벌 온라인 튜터링 시장(홈스쿨, 성인 평생교육) 시장의 지평을 완벽하게 넓혀줄 수 도 있다. 내 전문분야를 해외에 있는 전문가에게 실시간으로 외국어로 소통하며 배운다면, 이러닝과 온디맨드 모바일 러닝을 넘어 새로운 교육의 차원이 열리는 것과 같다. 


이런 기회가 넘치는 글로벌 러닝 시장에서 온디맨드 모바일 러닝 플랫폼, '튜터링'이 주고자 하는 가치는 단순하다.


한 사람 한사람에게 꼭 맞는 튜터와 콘텐츠를 제공하여
그들의 삶이 학습을 통해 즐겁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것

17년 10월 현재 튜터링의 튜터는 300여 명이 되었다. 


지금까지 지원자만 3500여 명이 넘었다. 하지만 단순히 영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원어민은 뽑지 않았다. 

대신, 스페인어 전공 음악 감독, 금융 컨설턴트, 영국 국영신문기자, 해양 생물학자 등 다양한 프로페셔널 백그라운드의 튜터들을 뽑았고, 더욱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속 고민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심 주제와 더 깊은 전문성을 갖고 참여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학습자의 니즈도 더욱 세분화하여 내게 꼭 맞는,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주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쉽게 찾아가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에어비엔비가 Homeaway, Couch surfing, Bedandbreakfast 등 유사 서비스가 많았음에도 독보적인 포지션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시장에 내놓은 집의 모습이 오두막, 선상 가옥, 이글루, 원뿔형 텐트 등 별난 공간들이 업로드되면서부터이다.

튜터링 역시 튜터와 토픽 카드라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살아있는 콘텐츠들의 확산과 성장을 통해 우리만의 유니크한 포지션을 갖게 될 것이라 본다.  


지금의 300명 튜터가 매년 늘어 3000명, 3만 명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본다.

학습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전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전문 튜터와 만나서 교감하고 새로운 교육경험을 얻어갈 수 있는 그런 튜터링이 되어야 하겠다.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인간지능'이 발현되는 것을 돕는 인류애 넘치는 교육 서비스를 꿈꾸며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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