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혁신의 시작
우리말 속에 섞여있는 한자어는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다듬어진 생각의 구조이자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는 순간, 사고는 정제되고 말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부작용(副作用)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우리는 대개 얼굴부터 찌푸리게 됩니다. 약을 먹고 기대와는 다른 증상으로 불편해졌을 때, 국민을 위해야 할 국가 정책이 예상치 못한 혼란을 부를 때 사람들은 어김없이 ‘부작용’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부작용은 마치 ‘나쁜 결과’, ‘부정적인 결과’의 다른 이름처럼 쓰이지요.
그런데 부작용의 ‘부(副)’는 ‘아닐 부(不)’가 아니라 ‘버금’과 ‘곁’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입니다. 대통령(大統領) 다음의 부통령(副統領)이나 제목(題目) 아래의 부제(副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지요. 부작용이란 원래 의도했던 작용 곁에 함께 따라오는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선악이나 긍정과 부정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동시에 발생하는 결과를 가리키는 말일뿐입니다.
소염진통제는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위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까지 억제해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항생제 역시 감염 치료라는 주작용과 함께 장내 유익균 감소라는 문제점을 동시에 남기기도 하지요. 이런 사례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떠올리는 부작용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장면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들지요. 오늘날 심장병 예방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아스피린이 대표적입니다. 이 약은 본래 해열진통제로 개발된 약이었지만,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부작용이 관찰되면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이라는 전혀 다른 용도를 찾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처음에는 심혈관 질환 치료를 목표로 연구되던 약이 임상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보이다 결국에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출시된 경우입니다.
의학 밖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지요. 사무용 메모지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은 약한 접착력이라는 부작용 덕분에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 역시 군사용 레이더 실험 중 초콜릿이 녹아버린 우연한 부작용의 발견에서 출발했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반응을 곧바로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새로운 쓰임을 모색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혁신은 언제나 계획된 성공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예상 밖의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작용의 유무를 따지는 일보다 그 부작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