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노트> 박민규 '근처' 中
박민규 <근처> 중
식당이 있는 모서리까지 차로 10분, 밥을 다 먹고는 식당 주인이자 친구인 호기와 맥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특별한 얘길 나눈 것은 아니었다.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친구들 근황을 들으며 그런저런.
"다들 한번 보자고 하더라." "그럼, 봐야지."
계산은 무슨 계산이냐는 호기의 주머니에 억지로 돈 만원을 찔러 넣고 나선 것이 10시였다.
달이 너무 크고 밝아 모북리 초입에서 차를 한 번 세워야 했다.
안구란 걸 지닌 모든 짐승을 얼어붙게 만드는 달이었다.
절로,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려섰고.. 아마도 인생의 마지막 장관이겠지.
오오래 그 달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그리고 이 삶은 얼마나 남은 걸까?
비좁은 두 눈에, 계산은 무슨 계산이냐며 만월이 억지로 달빛을 찔러 넣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이었다. 차오른, 차가운 몇 방울의 안약 같은 게 나도 모르게 뺨 위를 흘러내렸다.
아무도 없는 숲길이니까.
그래서 한동안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짧은 한 편의 소설이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날아다닌다.
어느 날 갑자기 살 날이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은 주인공은 이제 40대가 된 남자.
그가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 어릴 적 살던 동네로 가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특별한 사건들.
달을 보고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놀라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