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노트> 틱낫한 "평화로움"
<필사 노트> 틱낫한 "평화로움" 중에서
그대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대는 이 종이 안에 구름이 떠 있는 걸 분명하게 볼 수 있다.
구름이 없다면, 물이 있을 수 없다.
물이 없다면 나무들이 자랄 수 없다.
나무들이 없다면 그대는 종이를 만들 수가 없다.
따라서 여기, 구름이 있다.
이 종이의 존재는 구름의 존재에 달려 있다.
종이와 구름은 매우 가까운 관계이다.
햇빛과 같은, 또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햇빛은 매우 중요하다.
햇빛 없이는 숲이 자랄 수 없다.
그리고 인간도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벌목꾼들이 나무를 자르기 위해서도 햇빛이 필요하고,
나무이기 위해서도 햇빛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종이 안에서 그대는 햇빛을 볼 수 있다.
그대 만일 깨어 있는 자의 눈으로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이 종이 안에 구름과 햇빛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소들이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벌목꾼이 먹을 빵을 만드는 밀, 그 벌목꾼의 아버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 한 장의 종이 안에 있다.
불교 경전 화엄경은 말한다.
이 한 장의 종이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전 우주 안에 단 한 가지도 없다고.
우리는 말한다.
한 장의 종이는 종이가 아닌 요소들로 만들어져 있다.
구름은 종이가 아닌 요소다.
숲은 종이가 아닌 요소다.
그리고 햇빛도 종이가 아닌 요소다.
종이는 온통 종이가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에, 만일 그 종이 아닌 요소들을 전부 되돌려 보낸다면
종이는 텅 비어 버릴 것이다.
무엇이 텅 비는가? 분리된 자아가 텅 비어 버리는 것이다.
종이는 그 자신이 아닌 모든 요소들,
종이가 아닌 모든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그 요소들을 전부 제거하면
종이는 완전한 무가 되어 버린다.
거기 독립된 개인이란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곧 그 종이가 모든 것,
우주 전체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뜻한다.
이 작은 종이 한 장이 전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었던 한 주가 지났다. 몸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어려웠던 한 주.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평가받고, 그 평가에 의해서 나의 존재감이 좌우되는 상황. 잘 해내고 싶어서 많은 애를 썼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심리적 부담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잘 버티어냈고, 결국 오늘 마지막 일 까지 끝냈다.
가만히 틱낫한 스님의 글을 읽어본다.
이 모든 어려움도 다른 모든 일들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과거의 내 모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행동들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완벽한 기쁨도 완벽한 분노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긍정적이고 달리 보면 나쁜 일 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가만히 안아준다. 마음이 느꼈을 부담감의 찌꺼기를 살살 털어내 준다. 앞으로는 어려움이 없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것도 이겨낼 거야, 그렇게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질 거야라고 말해준다.
찜질팩 따끈하게 데워서 어깨와 목에 대고 누워 아함, 내일은 토요일이야! 신난다 하며
크게 기지개 켜고 푸우~~~~~욱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