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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 포장마차

1일 1글 시즌4 [episode.40]

by 이수정

맑았던 하루의 끝은 뜸금 없는 비...

포장마차에서 만난 비는 하루의 위안.

백석 시인의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는 이 밤.

소주 대신 맥주로 잔을 높이 들면

옆자리 소녀의 수다도 당나귀의 소리마냥 응앙응앙 들리고

아름답고 아프지만 행복한 시간...

더러운 세상도 안아줄 수 있을것같은 마음은

내 앞에 앉아 꼬박꼬박 조는 그대 때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