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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Mar 20. 2018

재클린, 인간, 직면

Human and Humanity에 대한 잡담

아침에 오피스에 나와 음악을 튼다. 재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다. <클래식이 알고싶다> 를 통해 제대로 만나게 된 첼리스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그녀의 남편이다. 천재적 소질과 열정으로 이른 데뷔와 성공을 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서른도 안되어 발병하고 십수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등진 비운의 아티스트. 그녀의 투병기에 대해 이곳 저곳을 좀 뒤적이니 맘이 편치 않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를 듣고 인생을 조금 헤아려보니 그 연주가 새삼 다르게 들린다. 이 아침에 듣는 저 음악들은 이상하게 내 안에 요동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인생'이란 단어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단어다. '생명', '삶', 그리고 '인생'. '살아낸다'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난 담백하게 '산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생을 살다보니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단지 '나'를 생각하는 건 아니고 '인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녀의 인생을 생각하니 내가 하는 고민들이 다소 한심하게 느껴진다. 뭐가 그리 힘들다고. 철이 덜 든 탓일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고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지금의 내 앞에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을 피하려 하거나 남탓을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니 내 안에 깊은 슬픔은 다름 아닌 죄책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주지 않은 죄책. 어려서부터 갖고 있는 삶 속에 갖고 있는 죄책에서 충분히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내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날 발견한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반작용때문인지 화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폭발할 준비가 돼 있는 날 본다. 이러면 안되지. 조금 더 웃는 하루. 후회없는 오늘을 살아보자.

재클린 뒤 프레 @클래식이알고싶다

두 해전인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인간'과 '인간됨'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고. 누가 가르쳐 준건 아니지만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개인'을 무시하는 무례하고 무식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서 한 말이었던 것 같다. '비전', '리더십', '세계관', '개혁', '미래', '소명' 등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은 당연히 부각되기 마련이고, 공동체가 소중하다면 그 안의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와 개별존재의 소중함도 주목될 것은 당연한 일. 개인의 상한 감정의 치유 회복에만 머무르다 '사회 정의'로 넘어간 사람들이 돌고 돌아 다시 '인간'에 대해 조명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저런 문구와 구호들에 지치기 쉬운 세상. 그럼에도 '인간됨'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내 음악세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생각도 행동도 음악도 더 실천적이고 더 인간적으로. 더 치열하게. 결코 타협하지 말고 서슴없이 해야 한다. 바로 지금. 나중은 없다. 바로 지금 '인간답게' 해야한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비웃음과 조롱으로 일관하는 이들의 하찮은 발언들에 얽매이고 두려워하는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선율 하나하나에 단어 하나하나에 '인간'을 싣자. '인간됨'을 담자. 부끄러움은 이제 뒤로 하고. 직면하자. '인간 그리고 인간됨'이란 주제는 모든 글, 노래, 공연 등에 계속 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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