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두달살기/ 53일차/ 11월15일/ 마지막이야기
53일간의 치앙마이 생활이 아니 벌써? 라고
생각할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집 계약을 했던게
어제일 같은데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치앙마이의 매력에
잔뜩 빠져 있었던듯 싶다.
처음 '치앙마이 한달살기'라는 글과 정보를 접했
을때 몹쓸 의심병 때문에 반감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얼마나 좋다길래 자꾸 살고싶다는거야?"
오랜 여행으로 거품낀 여행지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촉이 생긴 나는 치앙마이도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여행하는 동안 어떠한 특정 지역이 마음에
들기는 그 바로전 지역이 어딘가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베트남의 정신없던 교통
상태와 각종 최악의 상황들이 겹쳐 지쳐있던
심신을 위로 받아서일까 치앙마이가 너무
포근하고 좋았다.
치앙마이는 심한 소음도 없다. 경적도 거의
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순박하다. 누구는
태국인들이 속마음을 잘 비추지 않고 남에게
피해주기를 상상이상으로 꺼려해 일본인들의
성격과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그들과의 적당한 거리와 온도는
오히려 관계때문에 스트래스 받을일이 없어
좋았다.
"정말 여기서 살아 보고 싶다"
18개국을 여행했지만 그런 마음이 든건
치앙마이가 처음이었다.
특히나 싼티탐 지역은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동네로 평화롭기로는 둘도없다.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자주가던 세븐일레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지나가던 모든 길을
언젠가 이 글을 보며 다시 떠올리고 싶다.
나의 행복한 치앙마이 생활엔 입맛에 맞는
맛있는 커피의 존재도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치앙마이에 존재하는 모든 카페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맛있던 아카아마카페가
집앞에 위치했던 것은 엄청나게 행운이었다.
숙소 정문으로 나가서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한
라이브 커피는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
다. 심심하면 찾아가 사장님과 우리말로 떠들 수
있던 것도 감사해야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귀여움이 폭발하던 고양이 세마리도 잊을 수
없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되어 치앙마이가 더욱 특별해졌다.
영원한 관계를 약속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다만 치앙마이를 떠올릴때 함께 생각나는
그들이 있어 추억이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한달에 멘션을 5천밧으로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
하면 디비앙 콘도는 사치의 끝판왕이다. 그러나
그런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를 고민해 결정하면 된다. 나는
다음에 다시 방문하여도 디비앙 콘도에 머물고
싶다. 개인의 NEEDS(욕구)를 완벽하게 만족
시켰다면 그 이상의 것이 어디있으랴. (집주인
만 잘만나면 더욱 완벽하다.)
정말 오랜만에 배낭을 들자 어색함이 묻어 났다.
해어진 옷가지들을 정리하니 가방이 조금 가벼
워진게 확실히 느껴졌다. 다시 시작하는 것 같은
설레이는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설레임으로 치앙마이에
꼭, 반드시 다시 오고 싶다.
"안녕, 치앙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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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빠이(PAI)를
여행하고 치앙마이 를 다시 거쳐 방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무비자 3개월의 체류일이
12월22일에 끝날예정이라 그때 까지는
계속해서 태국을 여행 할 계획입니다.
치앙마이처럼 매일 일기를 올리는 형식은
아니겠지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틈틈히 태국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치앙마이 이야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