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국어 강사가 된 게, 잘 한 선택이었을까?

by 모마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는 계절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맑아진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소음 속에서 문득 멈춰 보게 되는 순간들.

39살, 회사를 그만두고 국어 강사가 된 지금의 나는 그 멈춤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겪는다.


회사에서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늘 ‘다음 단계’를 향해 뛰고 있었다.

평가, 보고, 숫자, 실적, 그리고 다시 반복.

주말이면 정적을 향해 도망가고 싶었지만, 늘 돌아오는 곳은 형광등 아래 회의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보다

학생과 책 이야기를 나누던 그 짧은 인턴 시절의 교실 풍경이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때부터 모든 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뀌었다.

퇴사서를 제출하고, 호흡을 고르고, 다시 국어책을 펼쳤다.


첫 수업 날, 나보다 작은 의자들 사이에서


처음 들어간 교실의 냄새는 오래된 필통 속 연필 냄새 같았다.

달그락대는 연필꽂이, 정돈되지 않은 색종이, 조용한 숨소리.


내 앞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키가 책상보다 약간 큰 정도.

눈동자는 놀랍도록 반짝였다.



“선생님은 글을 왜 좋아해요?”


첫 질문을 받던 순간, 마음이 조금 울컥했다.

그 작은 아이의 질문 속에, 내가 잊고 살던 문장이 들어 있었다.

내가 글을 좋아했던 이유.

언어가 마음을 연결하고, 누군가의 세계를 열어 줄 수 있다는 믿음.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출근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조차 연필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때때로 흔들리고, 그래도 다시 가르친다


물론 늘 순탄한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고,

어떤 날은 내가 준비한 수업이 생각만큼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 다닐 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힘든 날이 와도,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이 건넨 아주 짧은 말 한마디가

책을 펼치는 손끝 하나가

나를 다시 일으킨다.


“선생님, 오늘 수업 재밌었어요.”

“이 시 속 주인공 마음을 생각해 봤어요.”

“글 쓰는 게 점점 좋아져요.”


그런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늦은 출발이라기보다, 제대로 된 출발이라는 것을.


마흔 문 앞에서 알게 된 것


사무실 책상 대신 칠판 앞에 서는 지금,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를 건네 줄까?”

“어떤 마음을 심어 줄 수 있을까?”


3~40분 걸리는 출근길이 예전 같았으면 ‘소모되는 시간’이었겠지만

지금은 설레는 준비 시간이다.


내가 오늘 만날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올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나는 어떤 문장을 꺼내 줄지.


내 인생에 늦은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매일 확인하고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더디지만 진짜 내 걸음을 걸어간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언젠가 아이들의 글 속에서,

내가 건넨 문장 하나가 작은 씨앗이 되어 자라난다면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천천히, 또렛하게 나아간다.


아이들은 오늘 어떤 마음을 들고 올까.

그 마음을 받아 적기 위해 나는 다시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속삭인다.


“그래, 오늘도 가르치길 잘했다.”


감사합니다. 새로 들어왔습니다~!!

좋은 글 많이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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