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회사에서 교실로

39살에 국어 강사가 되기까지의 실제 타임라인

by 모마

서른아홉, 달력에 숫자가 바뀌던 해 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보내고 나니, 매년 반복되는 평가 시즌과 실적 회의가 더 이상 ‘성장’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근하던 밤, 형광등 아래에서 모니터를 멍하니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진짜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일이 맞을까?” 그 질문이 마음 한편에 박힌 순간부터, 회의실이 아닌 다른 공간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인턴 시절 잠깐 들어갔던 교실, 아이들과 책 얘기를 나누던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도 회사의 어느 순간보다 선명하게 다시 떠올랐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음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뀐 건 서른여덟이 되던 가을이었습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이번에 정말 바꿔보자’라고 결심하고, 퇴사 후 생활비를 계산하는 엑셀 파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말마다 학원 강사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평일 밤에는 퇴근 후 집에서 국어 교과서를 다시 펼쳤습니다. 아이들 수준에서 텍스트를 어떻게 나눠 설명할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덜 지루할지 혼자 칠판을 그려가며 연습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직 준비였겠지만, 제게는 “내 인생에서 국어를 본업으로 삼아도 괜찮은가”를 확인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서른아홉 해 봄, 결국 퇴사서를 냈습니다. 서류 한 장에 사인하고 도장을 찍는 데 몇 초밖에 안 걸렸지만, 그 뒤에 붙어 있는 10년의 시간이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회사를 정리하는 한 달 동안, 동시에 학원 면접과 시강 준비가 이어졌습니다. 작은 강의실에 혼자 서서 상상 속 아이들을 향해 “자, 오늘은 이 시를 같이 읽어볼게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수십 번 했습니다. 그 과정이 민망하면서도 이상하게 설레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날 무렵, 첫 국어 강사 계약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형광등 아래 ‘근로계약서’ 대신, 분필 가루가 묻은 ‘수업 일정표’를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른아홉의 가을, 드디어 교실 문을 처음 열었습니다. 나보다 작은 의자들이 놓인 교실에서, 연필 냄새와 종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아직 어색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건네던 그 첫 인사를 저는 아마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의 10년이 없었으면 이 선택이 이렇게까지 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돌아보면 화려한 스펙도, 거창한 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서른아홉이라는 숫자 앞에서, “지금이라도 내가 믿는 언어와 가까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타임라인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 덕분에, 오늘도 저는 교실로 출근하며 “그래, 이제야 내 시간이 제자리를 찾았구나” 하고 조용히 되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39살 국어 강사가 된 게, 잘 한 선택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