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아이들이 유난히 산만하고, 준비한 수업도 어딘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바로 그랬습니다. 교실 뒤쪽에서는 속닥거림이 끊이지 않았고, 앞줄의 아이 두 명은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고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수업을 이어가며 속으로는 ‘오늘 왜 이렇게 안 풀리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그러다 문득,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늘 단단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쳐 온 제 태도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잠시 책을 덮고 아이들을 바라본 뒤, 아주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도 가끔은 흔들려요. 오늘은 조금… 마음이 덜 단단한 날이에요.” 아이들이 순간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니, 교실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잦아들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교실의 공기를 바꿔 놓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역시 ‘어른도 흔들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자기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겠죠.
그러자 뒤쪽에서 조용히 손을 든 아이가 말했습니다. “선생님도 그래요? 저도 오늘 집중이 잘 안 돼요.” 그 말에 나머지 아이들까지 작은 고백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의 작은 다툼, 잠을 잘 못 잔 이야기까지. 저는 그 자리에서 ‘흔들림’이 꼭 숨겨야 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교실을 나오는 길에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완벽한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늘 밝고 단단한 선생님이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그럼 우리 서로 도와요”라고 말해 주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저는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가끔은 흔들려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