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처음으로 ‘침묵’을 수업 도구로 사용해 본 날

by 모마

처음으로 교실에서 ‘침묵’을 수업의 도구로 사용해 본 날을 저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그날 수업은 평소처럼 활발하게 시작됐지만, 아이들의 집중이 어딘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작업지에 적어야 할 문장은 진도가 나가질 않았고, 몇몇 아이는 연필을 돌리기만 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설명을 다시 시작하거나 활동을 조금 바꿨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말을 더하는 대신, 말을 멈춰야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는 칠판 앞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억지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자, 집중하자’라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바라봤습니다. 교실은 금세 고요해졌고,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침묵에 놀란 듯 눈을 저에게로 돌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침묵이 혼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기를 다시 정렬시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서로를 보다가, 다시 연필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마치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 것처럼요.


한참 뒤에야 저는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걸 말로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네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도 돼.”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 한 문장이 교실 전체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연필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소리였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이 스스로 자리를 찾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저는 침묵이 단순히 ‘말의 부재’가 아니라, 생각이 자라는 공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날의 수업은 계획했던 진도만큼 나아가진 않았지만, 저는 아주 중요한 배움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때때로 새로운 지식이나 더 자세한 설명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라는 것. 침묵은 그 여백을 만들어 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수업 중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더 정직하게 마음을 열어주는 순간이 바로 그 고요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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