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쓰겠다고 울던 아이와 함께 쓴 첫 문장 이야기

by 모마

처음 그 아이를 만난 날,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이 위에 고개를 묻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유를 묻기도 전에 아이는 눈물부터 쏟아냈고,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글을 못 써요… 쓰려면 머리가 아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부담과 두려움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글쓰기라는 과제가 아이에게는 ‘못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못하면 혼나는 것’으로 기억되어 있었던 듯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글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붙잡아야 한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저는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서 빈 종이를 하나 더 꺼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펜을 쥐어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지금 너의 마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하나만 써 볼까?”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종이에 작은 글씨로 ‘힘들다’라고 적었습니다. 그 단어를 보자마자 저는 아이를 탓할 이유도, 글쓰기 규칙을 설명할 이유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글자 옆에 제가 ‘왜 힘들었을까?’라고 적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아주 천천히, “말로는 못 말하겠는데… 그냥…”이라며 다시 눈을 비볐습니다. 저는 아이의 말문이 막힌 걸 보며 단어를 새로 적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복잡했을까?”


그때 아이가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작은 끄덕임을 시작으로 아이와 저는 첫 문장을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오늘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문장을 완성하자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종이를 계속 바라봤습니다. 마치 ‘이게 글이 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 문장은 길지 않았지만, 아이의 하루와 감정을 세상에 처음 꺼내놓은 소중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글쓰기를 여전히 어려워했지만,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아이는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글이 조금씩 덜 무서워지고 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글쓰기의 첫걸음은 멋진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 줄을 용기 내서 적어보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울음 속에서 시작된 그 짧은 첫 문장은, 아이가 글과 화해하고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아주 긴 여정의 첫 페이지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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