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바꾼 어른이 ‘아이들 앞에 선 어른

by 모마

진로를 바꾸고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저는 이전 직장에서 느끼던 책임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무게를 처음 경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프로젝트의 성공, 매출, 일정 준수 같은 ‘결과’가 책임의 기준이었다면, 교실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내가 어떤 어른으로 보이는가가 책임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설명한 문장보다 제가 보여주는 태도를 더 오래 기억했고, 제가 던진 말 한 줄보다 제가 하루 동안 어떤 마음으로 서 있었는지를 더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진로를 바꿨다는 건 결국 새로운 무게를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이들 앞에서의 작은 행동 하나도 곧 ‘어른의 메시지’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서두르며 말을 쏟아내면 아이들도 불안해졌고, 제가 조용히 기다리면 아이들도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회사에서는 제 감정이 그날의 성과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교실에서는 제 감정이 아이 한 명의 하루 표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오늘 나는 어떤 어른으로 들어갈까?”를 고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직업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또 하나 깨달은 책임감은 아이들은 ‘가르침’보다 ‘모습’을 먼저 배운다는 사실입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틀렸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지’, ‘누군가의 질문을 어떻게 대하는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어떻게 존중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흔들린 날은 아이들의 분위기도 흔들렸고, 제가 끝까지 경청한 날은 아이들 역시 서로의 말을 더 잘 들어주었습니다. 아이들 앞에 선 어른이라는 건 매일 행동으로 교과서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진로를 바꿨기에 더 선명하게 알게 된 책임이 있습니다. 이 길은 도망칠 수 없는 진심이 있어야만 버틸 수 있다는 것. 회사에서는 마음이 힘들면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교실에서는 하루라도 마음이 텅 비면 아이들은 금방 알아챕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수업 전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낼 준비가 되었는가?” 그 질문에 솔직해지기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고, 더 깊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진로를 바꾼 어른이 아이들 앞에 선다는 건, 새로운 삶을 택한 큰 용기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성장에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품는 일입니다. 그 책임은 무겁지만, 동시에 아이들 덕분에 제가 더 나은 어른으로 자라게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무게가 두려우면서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피하고 싶지 않은 무게라는 걸 매일 확인하며 교실 문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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