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교실의 공기와 아이들 표정

by 모마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날씨지만, 교실에 오래 머물다 보면 날씨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표정과 교실의 공기입니다. 국어 강사로 지내며 저는 어느 순간부터 계절 변화를 달력보다 아이들 얼굴에서 먼저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같은 교실, 같은 책상, 같은 칠판인데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방처럼 느껴집니다.


봄이 오면 아이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어색함이 동시에 묻어납니다. 새 공책의 하얀 첫 장처럼 아직 비어 있는 마음, 시작을 앞두고 머뭇거리는 눈빛, 서로를 관찰하느라 살짝 긴장한 어깨. 그 공기는 아주 조용하지만, 금방이라도 생동감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업 중 질문을 해도 대답이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 ‘시작할 준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에너지가 보입니다.


여름이 되면 교실은 온도만큼 활기가 커집니다. 아이들의 말은 빠르고, 웃음은 길고, 표정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저는 이때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다고 느낍니다. 덥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금세 집중했다가, 또 금세 산만해지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들. 계절이 더워질수록 아이들의 마음도 확장되는 것 같아 교실이 조금 더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이 오면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많이 바뀝니다. 여름에 들떠 있던 기운이 잦아들고,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답게 아이들의 눈빛이 차분해집니다. 글쓰기 시간에 적는 문장의 길이도 묘하게 길어지고, 작품을 읽을 때의 반응이 섬세해집니다. 마치 아이들의 마음이 가을 햇빛처럼 한 톤 낮아지고, 그 덕분에 감정의 결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는 이 시기의 교실이 가장 따뜻하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자신에게도 조금 더 솔직해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아이들의 표정에는 하루하루의 피로와 성장의 흔적이 함께 담깁니다. 일 년을 버텨 온 마음이 묵직하게 내려앉기도 하고,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어른 같은 눈빛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시기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올해도 정말 많이 자랐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수업 뒤에 칠판을 지우면서 문득 떠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엔, 익숙함과 이별의 기운이 함께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건 날씨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교실 안에서 만드는 기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선생님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변화에 맞춰 마음을 조절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온도로 곁을 채워주는 일뿐입니다. 계절마다 다른 공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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