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나의 커리어 전환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

by 모마

부모님께 처음 커리어 전환을 이야기했던 날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퇴사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몇 주를 망설였고, ‘국어 강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건 제 인생의 안정감을 건드리는 일이었고, 부모님 세대에게는 더 큰 걱정거리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 이상하게도 손끝이 조금 떨렸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부모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반대도 아니고 찬성도 아닌, 그저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긴 호흡만 들렸습니다. 아버지는 “그동안 열심히 다녔는데, 정말 그만둘 만큼 힘들었어?”라고 조심스레 물으셨고, 어머니는 “너무 갑작스러운 건 아니지?”라며 걱정 반 확인 반의 말을 건네셨죠. 그 순간 저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부모님께 설명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신 뒤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네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면 괜찮아. 대신 진짜로 잘할 거라는 믿음은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한참을 듣고 계시다가 “힘들면 언제든 다시 생각해도 되고, 그래도 네가 원하는 길이면 해 봐라”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그 말이 허락이라기보다, 제 인생을 제 손으로 책임지라는 조용한 지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을 때 묘하게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완벽한 찬성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제 결정을 온전히 밀어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버티며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죠. 지금도 힘든 순간이 오면 그날 부모님이 내비친 표정과 말투를 떠올립니다. 반대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주었던, 그러나 그만큼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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