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넨 한 문장에 대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오늘 아무렇지 않게 건넨 한 문장이, 언젠가 어떤 아이의 글 속에 작은 흔적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교실에서는 매일 많은 말들이 오고 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다해 건넨 말들은 아이들의 표정 속에 한 번 더 머물렀다가 조용히 스며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중 던지는 짧은 문장 하나도 쉽게 흘려보내지 못합니다.
특히 글쓰기를 지도할 때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아이가 “저는 생각이 없어서 글을 못 써요”라고 말하던 날, 저는 조용히 이렇게 답했습니다.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꺼낼 용기가 덜 자란 거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든 뒤 아주 천천히 첫 문장을 적기 시작했죠. 그날 이후 그 아이의 글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던 말’을 조금씩 꺼내려는 흔적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혹시 저 문장이 한 번쯤 떠오른다면—그건 분명 글쓰기의 기술을 넘어 마음을 건드렸다는 뜻이겠죠.
또 어떤 날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틀릴까 봐 멈추지 말고, 일단 써 보자. 글은 틀림을 통해 길을 찾아가니까.” 그 한마디에 몇몇 아이들은 긴장을 풀었고, 평소와 다르게 더 자유로운 표현을 시도했습니다. 그날 수업을 마치고 나니, 제 말이 아이들에게 ‘답을 맞히는 수업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시간’이라는 신호처럼 작용했음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런 말이 훗날 누군가의 문장 속에 ‘기억의 온도’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말 한마디의 무게가 새삼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을 마음속에 조심스레 적어놓곤 합니다. 그 말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결로 남을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글 속에서 아주 작게라도 내 문장이 튀어나온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그 문장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자신을 지켜 주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