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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석 chris Apr 08. 2019

정원 봄맞이 - 1탄

2019년 4월, 화단 만들기 & 디딤석 놓기

2019년 봄이 찾아왔다!


겨울 동안 몇 번의 눈이 내렸고,

아이들과 나는 정원과 앞마당에서 매번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파트 1층이다 보니, 나가고 싶으면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별 차이 없는 줄 알았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삶도 많은 시간을 절약해주고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정원 앞마당에서 눈사람 만드는 딸


봄이 되자 겨울을 이긴 녀석들이 땅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우리가 심었던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에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던 녀석부터,

바라지 않았던 무성한 잡초들과 들잔디들이 정원을 뒤덮고 있었다.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녀석은 잘 관리되지 않아서 잘려나간 측백나무다.

전체 정원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아마 몇 그루는 사라진 듯하고,

그나마 남아 있던 것 중에 제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작년에 되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던 녀석들은 제거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원 중앙에 아래와 같이 열 그루 정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도 보기 좋지 않았고, 안에서도 눈에 계속 밟혔다.

중앙 가장자리에 엉성한 측백나무가 있던 화단

비가 오던 3월에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저 녀석들을 해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삽 한 자루 들고 모두 뽑아 버렸다.

마지막으로 제거한 측백나무, 정원 바닥에 잡초들과 잔디가 덮여 있다


저 뿌리가 생각보다 깊고 뽑기기 쉽지 않았다.

예전에 마른땅에서 몇 번 뽑은 적이 있었는데,

땅이 젖으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땅을 파다 보니, 뿌리만 있는 녀석들도 꽤 많았다.

시원하게 뽑아 놓고 보니, 정원이 훨씬 넓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밟히던 것이 사라지자 다음을 눈에 들어온 것은 그새 온 정원을 덮고 있던 잡초들이다.


실은, 잡초나 야생초가 보기 싫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 이뻤고, 그 추운 겨울 이긴 뒤 꽃을 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 때문에 정작 키우려고 심어 놓은 것들이 잘 자라지 못하거나 죽고 있었다.

결국, 화단에 있던 잡초들을 모두 제거하고,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통 정원에 보면 화단에 경계가 있는데, 우리 화단에는 경계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또한 잡초들이 범람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듯싶었다.

치오노독사(설광화) 꽃 핀 모습,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다.


그래서, 화단에 경계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우리는 벽돌로 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잡초 제거 후 벽돌로 화단 경계 만들기


대충 둘러놓기만 했는데도 왠지 그럴싸해 보였고, 화단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와이프에게 화단 경계 위치 최종 컨펌을 받고, 벽돌을 1/3 정도 심었다.

생각보다 평평하게 벽돌을 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벽돌을 땅 안으로 심는 작업


벽돌을 다 둘러놓고 나니, 화단 밖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엉성하게 나 있는 잡초들과 노랗게 변해버린 옛날 잔디 흔적들,

땅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비가 오면 쉽게 물이 고이기도 했다.

정원에 한번 나갔다 오면 신발에 묻은 흙 때문에 베란다가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우리는 정원에 푸른 잔디가 깔렸으면 했다.

잔디 사이에는 디딤돌이 있어서 쉽게 걷고 싶었고,

깔끔하고 정돈된 정원을 갖고 싶었다.


결국, 전체 땅을 삽 한 자루와 밭갈키로 갈아엎기로 결정했다.

잡초와 원치 않던 잔디가 자란 곳은 땅을 2~3cm 정도 뿌리로 뒤덮고 있었다.

삽으로 뿌리까지 제거하여 한 곳을 모았다.

걔 중에는 작년에 와이프가 뿌린 잔디 씨로 자란 녀석들이 섞여 있었다.

이 녀석들은 나중에 이식하기 위해서 한 곳에 잘 모아놨다.


디딤석을 사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는 있었지만,

무게나 제품 특성상 운송비와 하차비, 팔레트 해체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헌릉 화훼 단지에서 모종을 사다가 디딤석을 본 것이 기억났다.

내 차(일반 세단)를 끌고 찾아가서,

 현무암 디딤석을 개당 18~20kg 정도 나가는 것을 15개 트렁크에 실어왔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보통 4개가 한 세트고 4세트를 기본적으로 사야 하지만,

이 곳은 개당 구매가 가능했다. 게다가 운송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무게가 꽤 나갔지만, 성인 남성이 나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현무암 디딤석을 트렁크에서 내리는 중


아파트 단지에 있는 카트에 5개씩 실어서 옮겼다.

정원 앞 까지 끌고 가서 다시 돌 1개씩 정원으로 올렸다.


화단 옆에 자리를 잡고 보니, 돌의 두께(5cm)가 생각보다 높았다.

그냥 얹기에는 턱이 있어서 아이들이 넘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이 녀석도 심기로 했다.

디딤석 길을 2~3 cm 정도 파고, 판판하게 만들었다.

디딤석 자리 만드는 중


디딤석을 다시 판 자리로 옮기고 하나하나씩 높이와 수평을 맞추었다.

수평은 처음에 폰에 있는 수평계 앱을 사용했었는데,

나중에는 밟았을 때 느낌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물로 한번 뿌려서 흙을 치웠더니 꽤 멋진 모습이 되었다.

디딤석 시공 완료, 나무 주변에 뽑힌 잡초들이 즐비하다


좋다.

이제 텃밭 자리를 마련할 차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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