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여자들

by 이은경

오랜만에 호퍼의 화집을 꺼내 보았다.

호퍼가 그린 표정을 알 수 없는 여자들.

나를 웃게 만드는 것들은 결국 나를 울게 만든다는 걸 깨닫고 난 후엔 적게 웃고, 적게 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여전히 나는 많이 웃고 있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기억에 간혹 당혹스럽고 슬플 때도 있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괜스레 건반을 눌러보는 여자의 모습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내가 임의로 잘라버린 그림 왼편엔 커다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는데 열중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레드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곁에 있는데,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는 남자가.


호퍼의 그림에 다정한 연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연인이 자고 있는 침대 맡에 고뇌에 찬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합쳐지지 않는 시선 같은 것들.

그래서 하나의 인물이 그려진 그림보다 둘 혹은 그 이상이 나오는 그림들이 더욱 쓸쓸하고, 고독해 보인다.


띵-

여자가 건반을 누르고 적막이 흐르던 방에 그 소리가 오래 남아도 아마 남자는 눈길을 주지 않겠지.


남자를 잘라낸 저 그림을 썸머를 위한 변명으로 쓰고 싶다. 쌍년이라 오해받고 있는 영화 속의 그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