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perfect lovers>
벽에 걸린 두 개의 똑같은 시계
함께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던 시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시작한 두 시계는 동시에 멈추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다.
어느순간 어긋나기 시작하고 급기야 하나는 멈춰버린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이별의 순간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함께', '하나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개의 벽시계처럼 각기 다른, 자신의 사랑을 하고 있다.
아무리 잘 맞는 연인이어도 내 사랑과, 네 사랑이 결코 같을순 없다.
나는 나의 사랑을,
너는 너의 사랑을 할 뿐.
에이즈로 사랑하는 연인을 먼저 잃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지극히 개인적인 아픔을 읽을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은 너무나도 보편적이어서,
결국 두 개의 시계는 내 이야기로 읽힌다.
우리의 시계는 함께 열심히 째깍거렸고,
같은 시간을, 같은 감정을, 같은 이야기를 지나왔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나가면서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박준, 마음 한 철
구겐하임 뮤지엄의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비즈 커튼
<Untitled>, 휘트니뮤지엄